[인문사회]'책의향기' 선정/'남자의 탄생'

  • 입력 2003년 6월 2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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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전인권 지음 푸른숲

‘나는 두 공간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어를 배웠다. 하나는 아버지를 대할 때 사용하는 존댓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를 대할 때 사용하는 반말이었다.’

한 40대 남자의 자화상이 담긴 이 책은 한국 남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정치학 박사인 저자(성공회대 연구교수)는 5∼12세까지 자신의 유년기 체험을 숨김없이 고백하면서 봉건적인 한국 남자의 인성과 정체성 형성 과정을 날카롭게 짚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특유한 가족 문화와 사회의 구조적 특징도 드러난다.

저자에 따르면 아들은 어머니의 보호막 아래서 양육되고, 아버지의 질서에 따라 ‘동굴 속 황제’로 자라난다. 그 아들은 아버지의 권위를 부러워하고 아버지의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상속하며 아버지가 세운 신분적 질서를 계승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 특유의 권위적인 신분질서가 재생산된다는 것.

한국 남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란 점에서 여성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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