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사랑'…치유할 수 없는 사랑의 향수

  • 입력 2003년 6월 27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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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산도르 마라이 지음 임왕준 옮김/336쪽 8500원 솔

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가 그려낸 ‘사랑’은 두 겹으로 이뤄져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두고 중년의 바람둥이와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이 벌이는 싸움이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욕망의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향한 타인의 욕망’이라는 명제가 드리워져 있다.

‘카사노바’인 쟈코모가 팽팽한 긴장 속에 대립하고 있는 상대는 예전에 유혹한 적이 있는 미모의 백작부인이 아니라 오히려 파름므 백작인 것이다.

쟈코모에게 백작은 은밀한 제안을 한다. 쟈코모를 잊지 못하는 부인 프란체스카를 납치해 하룻밤을 지내달라는 것. 사랑의 향수를 치유한 뒤 마음을 돌이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백작 자신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쟈코모를 찾아 온 프란체스카는 한번도 그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쟈코모에게 헌신하겠다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거절하는 쟈코모. 프란체스카는 쟈코모가 떠난 뒤 수많은 남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을 갈망했다고 털어놓는다.

“삶은 모든 것이야. 삶은 서로를 위해 태어나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한 남자와 한 여자야. 각자가 서로의 조건이 되는 거야. 그들이 하나를 이룰 때 거기서 조화가 태어나고, 우리는 그것을 삶이라고 불러.”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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