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계 종교 둘러보기 : 종교 문맹을 깨우치는…'

  • 입력 2003년 6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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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둘러보기:종교 문맹을 깨우치는 명쾌한 안내서/오강남 지음/391쪽 1만5000원 현암사

현대 종교비판론자들의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종교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사형선고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선고는 ‘과학의 시대가 다가오면 종교의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엄청난 예언이었다. 그러나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반추해 보면 그들의 독단적인 예언은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종교는 과거처럼, 아니 과거보다 더욱 다양하게 긍정적으로 근원적인 삶의 모체 역할을 하고 있고, 부정적으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하게 종교간의 폭력과 갈등을 드러내 주고 있다.

그래서 세상사에 민감한 현대인들은, 경제나 정치 또는 여타의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는 것처럼 세계 종교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주는 책들도 읽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계 종교 관련 서적들은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한 소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대부분의 책들이 해당 종교 전통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로 나열되어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종교 전통을 일방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다른 종교 전통을 비판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 종교 둘러보기’는 그러한 문제점을 단번에 해소해 주는 좋은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세계 종교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소망을 네 가지 측면에서 충족시켜 주고 있다.

첫째, 이 책은 저자 자신이 25년 동안 세계 종교 전통을 직접 경험하고 가르친 것을 토대로 서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 사원이나 주요 신상, 종교지도자, 종교 의례 등을 담은 화보를 실어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고 있다. 둘째, 이 책은 세계 종교들 중에서 역사적으로 인류사에 큰 자취를 남겼으며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12개의 종교 전통들을 선별해 균형 있게 서술함으로써 세계 종교 전통들간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은 세계 종교 전통들의 창시 배경, 주요 경전, 핵심적인 가르침 그리고 오늘의 모습을 역사적인 흐름과 맥락에 따라 조목조목 살펴 세계 종교 전통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넷째, 이 책은 어떠한 종교 전통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독자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이웃 종교 전통과의 관련성 안에서 발전되어 왔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세계 종교 전통들을 비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흠이라고 하면 한국의 민족 종교 전통 중에서 무속이나 다른 민족 종교 전통들을 제외시키고 동학만을 유일하게 선별한 것과 가치중립적인 ‘종교적 경험’이나 ‘신종교’라는 용어 대신에 ‘종교 체험’이나 ‘신흥 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96쪽의 ‘읽으면 좋을 책’에서처럼 인용 저자들의 원문 표기가 생략되어 있거나 잘못 되어 있는 경우도 발견된다.

김재영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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