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마음에 안들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 입력 2003년 6월 2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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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공무원 대상 특강에 나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에는 9번째로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4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 14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강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노 대통령은 서두에 "정치란 권력투쟁이고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 돌았는가 보다 말할지 모른다"고 말을 꺼내며 '정치'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얘기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라는 게 국방, 치안, 경제, 갈등조정, 위기관리 이런 것을 하는 것이지만 한국 정치인이 실제로 하는 일은 싸움, 권력투쟁이다. 한국정치는 엉망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국민은 40년 만에 경제를 100배로 발전시켰고, 그 속도는 세계 1위를 자랑하지만 정치가 엉망이다. 야당은 거대야당, 과반수야당을 갖고 국회를 지금 놀리고 있고, 여당은 신-구주류 싸움질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금 정치 현실은 마지막 몸부림이자 혼돈이다. 혼돈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질서가 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권력투쟁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을 위한 경쟁에 나서도록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공무원조직이라는 부하조직을 이끌고 국민에게 봉사를 잘 하라고 뽑힌 사람이다"며 "시골에 '모과 세 개를 헤아리지 못해도 가장은 가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마음에 안 들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추구하는 시대 방향과 함께 하고 있다면, 머리가 모자라고 재주가 모자라고 성질이 더러워도 밀어 달라"고 주문한 뒤 공직사회의 혁신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을 건의한데 대해선 "여성, 이공계, 지방을 확실히 우대하겠다. 2007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인구비율을 47%에서 55%로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1%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데, 요새 '(그게) 될까'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사거리가 큰 게 없으니까 (언론이) 노사분규만 쓴다. 그만 쓰면 좋겠는데, 자꾸 쓴다"며 이날도 언론에 대한 불만 토로를 빠뜨리지 않았다.

◆노대통령 특강 주요내용

-정치란 권력투쟁이고 조삼모사다.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 돌았는갑다, 말할지 모른다.

-정치라는 게 국방, 치안, 경제, 갈등조정, 위기관리 이런 것이다. 정치가 이것을 한다. 정치인 하는 일이 이런 거다. 그러나 실제로 정치인들이 이런 것 안한다. 한국 정치인은 싸움만 한다. 당선되기 위해 갈라치는 일만 한다. 한국정치 엉망이다. 실제로 하는 일은 싸움, 권력투쟁이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에게 모든 책임 돌리지 말고 정치인에게 권력투쟁 매몰되지 말고 국민 위해 경쟁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유권자가 정치인을 어떻게 길들이냐가 관건이다.

-조삼모사는 뭔가. 현대정치에서 조삼모사는 아주 필요하다. 똑같은 서비스 하면서 국민들 기분좋게 해주자. 기분 좋게 하는 것을 역설적으로 조삼모사라고 표현해봤다. 다 해줬는데 국민들 불평만 한다고 얘기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은 자격 없다. 국민들이 기분 좋아해야 한다.

-한국 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다. 40년만에 100배로 경제 발전시킨 그 속도는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정치가 엉망이다. 야당은 거대야당 과반수 야당을 갖고 국회를 지금 놀리고 있다. 여당은 신 구주류 싸움질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정치 현실은 마지막 몸부림이다. 마지막 혼돈이다. 혼돈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질서가 된다.

-(동북아경제 중심 구상 한참동안 쭉 설명한 뒤 시장개혁 언급) 뒷거래하고 동창생 봐주고 서로 판 밀어주는 학벌사회 타파하자.

-이 사회 개혁을 누가 할 것인가. 대통령에게는 공무원 조직이라는 부하 조직이 있다. 대통령은 그 조직을 이끌고 봉사 잘 하라고 뽑힌 사람이다. 시골 말에 '모과 세 개를 헤아리지 못해도 가장은 가장이다'는 말이 있다. 마음에 안 들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추구하는 이 시대 가치, 지향 방향과 내가 역행하고 있다면 대통령에게서 힘을 빼라. 그러나 추구하는 시대 방향과 함께 하고 있다면, 머리가 모자라고 재주가 모자라고 성질이 더러워도 밀어주자. 여러분이 뭘 도와주냐. 공직사회 크게 혁신해야 한다. 스스로 개혁하자.

-여성, 이공계, 지방을 확실히 우대한다. 약속한다. 저변을 굳혀서 여성도 경쟁하면서 책임자 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펴겠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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