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8군사령관 발언 번복 파문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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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캠벨 주한 미 8군사령관(육군 중장·사진)이 26일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 방침을 밝혔으나 파문이 확산되자 주한미군측이 뒤늦게 이를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캠벨 사령관은 이날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와 주한미군 군사연구실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공동 주최한 학술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기조연설문을 통해 “한미 양국간 용산기지 이전과 미 2사단 재배치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감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 미 정부 당국자들이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있었지만 주한미군의 고위 관계자가 이를 공개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또 “한미가 지난해 합의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주한미군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용산기지 이전과 미 2사단 재배치의 세부 추진일정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으나 한미 양국군의 관계는 조정기에 돌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사령관은 이와 함께 “한국이 LPP에 따라 미군 주둔지를 환수하는 대가로 미군 재배치에 소요되는 새 주둔지의 건설비용을 충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 발언이 관심을 끌자 주한미군측은 이날 오후 해명을 통해 “미리 배포한 기조연설문에 들어있던 주한미군 감축 발언은 주한미군이나 캠벨 사령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연설문 작성자가 만든 원고가 캠벨 사령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배포됐다는 설명이었다. 주한미군측은 “그렇기 때문에 캠벨 사령관이 실제 세미나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1990년대 초부터 신국방전략을 추진해왔고 최근 럼즈펠드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이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기 때문.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재배치의 시나리오가 △1단계=미 2사단의 후방 재배치 △2단계=첨단 해공군 전력 배치 △3단계=일부 또는 대규모 미군 감축 등의 순서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한미 양국은 1, 2단계에 관해 이미 합의했다. 미국은 3단계와 관련해 28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양국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하기 시작해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감축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한미군의 감축 규모는 현재로선 미 2사단 2개 보병여단 중 1개 여단병력 3500여명과 미 8군 소속 지원부대 등을 포함해 6000∼7000여명을 줄이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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