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 항쟁의 주역들이 16년 만에 다시 모였다.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이돈명(李敦明) 박형규(朴炯圭) 공동대표 등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주요 인사 200여명이 26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 결성 모임을 가졌다.
87년 6월 항쟁은 전두환(全斗煥) 독재 정권의 폭압에 맞서 일어난 전 국민적인 저항운동으로 본보가 단독 보도(87년 5월 22일자)했던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이 그 촉매제가 됐다. 당시 이 항쟁은 범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승화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약속한 6·29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분수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계승사업회 이돈명 공동대표는 “6월 항쟁은 평화가 폭력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준 위대한 항쟁이었지만 이후 민주세력의 분열로 그 성과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며 “조국의 통일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여생을 쏟는 것이 우리의 생을 깨끗이 마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업회는 앞으로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주소 및 인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편 지역별 간담회, 각종 시국 간담회 등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이재정(李在禎)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신당추진파 의원들은 물론 한나라당내 개혁파의 좌장격인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이 참석해 이 모임이 여야의 울타리를 넘는 ‘범민주 신당’ 추진설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정 의원은 “크게 보면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개혁과 민주화의 완성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지만 이를 곧 신당 창당 흐름과 연결짓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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