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어처구니없는 죽음…노숙자가 떠밀어 전동차에 치여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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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수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부인이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노숙자에게 떠밀려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안모씨(41·여)를 밀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이모씨(49)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6일 오전 10시10분경 서울 중구 회현동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당고개 방면 전동차가 역 구내로 들어오는 순간 안씨를 밀어 전동차에 치여 숨지게 한 혐의다.

목격자 김모씨(45·회사원)는 “열차가 들어오자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여자(안씨)를 1m 정도 뒤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선로로 밀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씨가 안씨를 밀었을 때는 이미 전동차와 안씨의 거리가 2m 정도밖에 안됐기 때문에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안씨는 전동차에 치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현장에서 붙잡힌 피의자 이씨는 경찰에서 “막노동 일거리를 찾기 위해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에 안씨와 어깨를 부딪쳤는데 안씨가 욕을 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밀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7m 정도 떨어져 있던 목격자 김씨는 “안씨가 욕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는 안씨는 종로3가 지하철수사대에서 야근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남편 윤모 경위(48)를 동대문 시장에서 만나 의류 원단을 사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조사한 뒤 노숙자로 생활하며 평소 사회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을 안씨에게 터뜨리는 등 고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살인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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