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료 콘텐츠 '눈덩이 요금'…꾸지람 들은 초등생 자살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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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유료 콘텐츠가 한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를 죽음으로까지 내몰아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K양(11)은 24일 오후 5시반경 지난달 인터넷 콘텐츠 이용 요금이 20여만원이나 나와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듣자 다음날 새벽 자신의 방에 있는 이동식 옷걸이에 목을 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K양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사이버상에서 나를 대신하는 가상의 캐릭터인 ‘아바타’ 아이템 구매에 150여만원을 사용해 지난달에도 꾸지람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바타와 온라인게임 등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유료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없을 경우 제2, 제3의 죽음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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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결제 14세미만 사용료 구제는?

▽무엇이 문제인가=아바타 자체는 무료지만 이를 꾸미는 옷, 액세서리 등은 유료로 서비스된다. 아이템별로 적게는 500원, 많게는 7000원 정도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는 아바타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구매를 부추긴다.

아바타, 게임, 음악 등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인터넷 업체들이 결제방식으로 휴대전화, 자동응답전화서비스(ARS), 신용카드, 유선전화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 중 아이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게 유선전화. 060번호를 이용한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부모 확인 절차 없이 다음달 전화요금 고지서에 ‘정보이용료’ 항목으로 요금이 책정돼 나온다.

이 서비스는 어린이들이 부모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또 콘텐츠 제공업체도 부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일부 어린이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없어 무심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안양에 사는 노모씨(45·사업)는 “5월 전화요금에 정보이용료만 19만5000원이 나왔는데 딸아이가 아바타와 음악서비스를 이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왜 유료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업체들의 상술에 아이들이 놀아나고 있다고 분개했다.

▽시급한 제도 개선=일부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만 14세 미만 아이들에게 매월 결제한도를 정하고 있으나 다른 많은 업체들은 이런 한도를 정해놓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사이트는 부모들로부터의 항의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이트 어디에도 전화번호나 e메일 주소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부 정모씨(40)는 “딸아이가 자주 이용하는 ‘벅스뮤직’이라는 업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114에 문의했으나 교환원이 ‘벅스뮤직을 찾는 전화가 오늘만 5통 이상 왔는데 전화번호부 어디에도 번호가 없다’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정보통신 및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콘텐츠 제공업체에 회원 가입을 하려면 부모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업체를 빼면 대부분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한때 유료 콘텐츠 업체를 경영했던 김모씨(34)는 “하루에도 수백건에서 수천건의 결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으며 무엇보다 이렇게 하다가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부모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전자인증시스템을 채택하고, 사이트에 e메일이나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는 악덕 업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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