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조미옥/시민피해 외면한 파업 이제 그만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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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 소식을 접하고 급히 예금계좌의 현금을 빼두었던 적이 있다. 파업 당일인 6월 18일 하루에만 3조3000억원가량이 조흥은행을 빠져나갔다고 하니 주변에 나 같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는 얘기다. 돈을 맡긴 고객으로서 은행의 파업만큼 불안한 것도 없다. 돈을 제때 찾지 못해 낭패를 본 사람의 손실을 은행에서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만약 파업의 결말이 은행퇴출이라면 고객은 원금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업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는 너무나도 상투적이어서 정부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정책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사정간 합리적 컨센서스를 유도하지 못하고 원칙 없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업이 초래할 단기적 경기침체만을 우려할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노사분규라는 고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다행히 조흥은행의 파업이 원만히 타결됐지만 화물연대, 궤도노조 등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파업 열풍과 맞물려 씁쓸한 느낌이 든다. 갈 길이 먼 우리 경제가 노사분규에 발목이 잡혀버린다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대한민국호’의 침몰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국민의 감정을 무시한 어떤 파업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국민을 볼모로 한 이익집단들의 밥그릇 챙겨먹기 싸움, 명분 없는 정치적 파업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조미옥 서울 강북구 수유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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