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우리 ‘지원금’으로 무기 샀다면

  • 입력 2003년 6월 2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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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가를 제공해야 대화와 교류가 성사되는 남북간의 관행이 정상회담에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대북 송금 특검이 밝혀냈다. 특검의 수사결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치행위’였다며 입을 다물고,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북한에 1달러도 준 사실이 없다’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고 기묘해진 남북관계를 고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완성으로 끝난 특검 수사가 사법적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하는 것에 못지않게 남북관계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정부와 현대가 ‘남북정상회담과 연관된’ 거액을 북한에 보냈다는 수사 결과에 놀라는 것만으로는 비뚤어진 남북관계를 바로잡을 수 없다. 남북관계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국민 몰래 보낸 돈을 북한이 어디에 썼는지 규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마침 래리 닉시 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받은 돈을 군비증강에 이용했다는 충분한 정황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거액송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이다. 그래서 북한에 송금된 돈의 용처에 대한 그의 발언은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 국방부와 KOTRA의 자료로도 북한이 거액을 받은 2000년에 무기도입에 많은 돈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2000년 예산(96억달러)의 5.2%나 되는 5억달러 전부를 무기구입에 쓰지는 않았더라도 일부를 사용했으리라고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다. 그가 언급한 ‘어려운 사정’이 북한의 무기부족은 아닐 것이다. 북한이 국민을 위해 쌀과 연료를 사는 대신 무기를 사들였다는 닉시 연구원의 주장을 그가 어떻게 반박할지 궁금하다.

닉시 연구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는 주적(主敵)의 군비증강을 돕는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그런 큰 의혹을 이대로 덮고 지나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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