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시 美CRS 연구원 "北,현대가 준 돈 무기구입 사용 가능성"

  • 입력 2003년 6월 26일 06시 49분


코멘트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현대가 북한에 송금한 막대한 외화가 북한의 군비증강에 이용됐다는 주장이 대북 비밀송금 의혹을 최초로 공개했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지난해 3월 대북 송금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던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 연구원(63)은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북한에 제공한 막대한 외화가 북한의 군비 증강에 이용됐다는 충분한 정황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닉시 "김정일 당초엔 10억달러 요구"

닉시 연구원은 특히 1999년과 2000년에 현대가 북한에 제공한 막대한 외화는 당시 북한이 확보한 외화의 30∼45%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시기에 북한이 해외에서 막대한 무기를 구입한 만큼 무기 구입용 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닉시 연구원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과 관련, 10억달러를 요구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5억달러로 줄었지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을 간절히 희망했던 만큼 나머지 5억달러를 계속 요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추가적인 대북 송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정일 위원장은 군 고위 간부와 정치 엘리트들의 충성심과 계속적인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억달러 상당의 호화 사치품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면서 현대가 금강산관광 대가와 정상회담 직전에 제공한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기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북한이 한국측에 모두 10억달러를 요구했으며 현대가 제공한 5억달러에는 현금 4억5000만달러 외에 5000만달러어치의 호화 사치품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들여온 것은 몰랐을지 몰라도 재래식 무기를 다량으로 구입한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