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농촌살림 '깊은 주름살'

  • 입력 2003년 6월 25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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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 농가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조치를 당하고 농민들의 신용카드 연체액과 건강보험료 체납액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등 경기불황 여파가 농촌에 까지 미치고 있다.

25일 한국전력 전남지사에 따르면 전남지역에서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양곡농가와 축산농가, 양식장 등의 전기료 연체액은 3월 현재 8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억1000만원에 비해 35.2% 늘어났다.

전기료 연체 농가도 지난해 3월 9047가구에서 올 3월 1만1390가구로 25.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축산농가가 밀집된 나주지역은 올 들어 전기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해 단전조치된 축산농가가 113가구에 달하고 있다. 완도지역 21개 양식어가와 담양지역 20여 시설원예농가도 요금 체납으로 전기가 끊기는 등 전남지역 단전 농가들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신용카드 사용농가의 연체금액과 건강보험료 체납건수도 크게 늘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가 집계한 농민들의 신용카드 연체금액은 5월 현재 17억여원으로 지난해 말 11억여원에 비해 6억원이 증가해 농민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건강보험료의 연체건수는 지난해 4월 12만9000건에서 지난 4월 13만5000건으로 5.3% 늘었으며 체납액도 297억에서 326억원으로 9.8% 증가했다.

카드 빚으로 인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지역 198개 회원농협 조합원의 카드빚 연체율은 평균 3%대 이지만 농촌지역 일부 회원 농협은 10%이상의 연체율을 기록해 농가부채 못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11일 전남 영암군 도포면에서는 신용카드로 600만원을 인출해 영농자금으로 쓴 최모씨(42)가 빚 독촉에 시달리다 트랙터를 몰고 농협 건물로 돌진해 현관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인건비와 시설 원자재 값이 많이 드는 영농철에 돈 가뭄이 특히 심하다”며 “시 군에 배정된 정부의 농사자금도 신청 농업인들의 신용불량이나 담보능력 부족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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