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결과 발표]특검 발표문에 나타난 北송금 과정

  • 입력 2003년 6월 25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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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은 25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남북정상회담의 협의과정, 대북 송금 자금의 조성 및 송금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는 이날 특검팀이 내놓은 21쪽 분량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수사결과 발표’ 중 ‘대북송금의 진상’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남북 접촉과 대북 송금 협의=2000년 초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박 전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00년 3월 8일부터 3차례에 걸쳐 북측과 예비접촉을 가졌다. 4월 8일 4차 접촉에서 양측은 정상회담에 합의했으며 남측은 4억5000만달러(정부 1억달러, 현대 3억5000만달러)를 정상회담 전 북한에 지급키로 약정했다. 현대는 또 포괄적으로 경제협력사업권을 획득하는 대가로 현물 5000만달러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2000년 5월 중순 정 회장을 만나 정부 지원금 1억달러를 현대가 대신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금 조성=현대는 이에 따라 현대상선 2억달러, 현대건설 1억5000만달러, 현대전자 1억달러로 자금 조성을 분담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박 전 장관에게 정부차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산업은행은 2000년 6월 7일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불법 대출했다. 이 중 2235억원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송금됐고, 1000억원은 현대건설로 넘어간 뒤 현대건설 분담금 1억5000만달러의 재원으로 사용됐다.

현대전자는 1억달러를 송금한 뒤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 공장 매각대금으로 이를 보충했다. 5000만달러는 평양실내체육관 건설과 기타 현물로 지원됐다.

▽송금경로 및 방법=국정원은 2000년 6월 9일 현대상선으로부터 2235억원을 수령, 이를 환전한 뒤 중국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개설된 3개의 북측 계좌로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 수취인 이름을 잘못 쓰는 바람에 1개 계좌(4500만달러)에 대한 송금이 6월 12일로 늦어졌다(북한은 1차 송금 직후인 6월 10일 돌연 정상회담 하루 연기를 전화로 통보했고 이로 인해 정상회담은 6월 13일 이뤄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도 역시 6월 9일 송금했으나 현대전자 미국법인에서 현대건설 런던지사로 송금한 8000만달러의 입금처리가 늦어져 6월12일 북측 계좌로 넘겨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이 2000년 5월 27일과 6월 3일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 연기를 논의했다는 진술을 함에 따라 이 같은 송금 지연이 정상회담 연기의 이유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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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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