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총파업 반대 선봉 타팽 "납세자 볼모 파업 이젠 못참아"

  • 입력 2003년 6월 25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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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간 프랑스의 기간망을 사실상 마비시킨 연금개혁 반대 총파업의 기가 꺾였다.

1995년 3주간의 연금개혁 반대 총파업에 무릎 꿇은 알랭 쥐페 정부와는 달리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 내각이 끝내 노조측과의 타협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버스 항공 등 대중교통과 교육 통신 우편 도시청소 등 공공서비스가 정상화됐다.

공공부문 노조들이 주도한 이번 총파업을 바라보는 프랑스 내부의 분위기는 여느 파업 때와 달랐다.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묵묵히 감수해왔던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처음 “파업 때문에 못 살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13만5000명의 회원을 가진 단체인 ‘납세자연합(Contribuables Associes)’은 조직적인 파업반대 운동을 벌여 프랑스 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일간지 등에 파업반대 광고를 싣고 파업반대 집회를 조직했다.

이 단체를 이끄는 브누아트 타팽(55·여)을 파리 2구의 납세자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1989년부터 2001년까지 12년간 파리 2구 구청장을 지낸 타팽씨가 건네주는 명함에는 납세자연합 ‘대변인(Porte―Parole)’이라고 쓰여 있었다.

96년부터 올 1월까지 8년 동안 회장을 맡으면서 이 단체를 오늘날의 규모로 키운 그는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회장을 하면 안 된다”며 물러나려 했으나 새 회장의 권유로 대변인을 맡게 됐다.

―납세자연합은 어떤 단체인가.

“시작은 미국의 납세자연맹(NTU)을 본떴다. 우리의 세금이 바로 쓰이는지, 낭비되지는 않는지를 감시하고 잘못이 있다면 이를 고쳐나가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압력단체다. 각종 활동과 사무실 운영은 순전히 회원들이 보내는 회비로 하고 있다.”

―이번 파업에 왜 반대했나.

“공공부문 파업이 프랑스를 볼모로 잡고 있다. 94년에는 전체 파업의 65%, 96년에는 89%, 98년에는 92%가 공공분야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크고 작은 대중교통 분야 파업은 400회나 됐다. 항공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분야 파업이 끼치는 손해는 하루 5000만유로(약 700억원)에 달한다. 그 손해를 다 일반인들이 내는 세금으로 메운다. 이 때문에 다시 세금이 올라가 납세자들은 2중고를 겪는다.”

―공공부문 파업은 절대 안 된다는 얘긴가.

“공공 서비스는 독점적이다. 그래서 파업의 피해가 더 크다. 이번 파업 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1%가 파업 중이라도 최소한의 공공서비스를 받기를 원했다. 스페인에서는 공공부문 파업 중이라도 교육과 대중교통 분야에서는 필요한 서비스를 보장받는다. 이탈리아는 출퇴근시 대중교통 파업은 금지한다.”

―3주 전에 회원들이 업무를 마비시켰는데 이유는 뭔가.

“라디오나 TV에서는 파업에 동조하는 사람 얘기만 나왔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아 화가 났다’는 점을 알리라고 했는데 수만명의 회원이 전화기를 한꺼번에 드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파업의 이슈가 된 연금 개혁 문제는 어떻게 보나.

“프랑스는 과도한 연금 재정 부담으로 75년부터 지금껏 30년 가까이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 프랑스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1명당 1만6000유로(약 2240만원)의 빚을 지고 인생을 시작한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단체라고 들었는데 사실상 현 라파랭 정부를 지원하는 것 아닌가.

“현 정부가 지난번 사회당 정부보다는 낫지만 우리가 바라는 만큼 이상적인 정부는 아니다. 우리는 모든 정부의 세금 사용을 감시한다.”

―당신도 구청장을 지내며 국민 세금을 쓰지 않았느냐.

“나는 정치적 배경에서 구청장이 된 게 아니었다. 나는 아이를 8명이나 둔 주부였다. 가정 학교 교회 일을 모두 열심히 하다보니까 지역주민들이 평가해 구청장으로 뽑혔다. 나는 구청 회계장부를 투명하게 하고, 공무원을 새로 뽑지 않았으며, 기존 공무원들을 더 일하게 해 세금을 아꼈다. 구청장 경험은 내가 세금 감시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지난 수년간 대중교통 교육 통신 우편 등 공공분야에서 파업이 1건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여기에 질린 사람들이 ‘이제 뭔가 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말을 맺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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