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운동, 상식의 선을 넘었다

  • 입력 2003년 6월 2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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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이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합의의 틀을 깨뜨리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자고 나면 이어지는 파업사태는 나라경제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한 축으로 인식되기까지 했던 노동운동이 지나친 집단이기주의와 투쟁 일변도 방식 때문에 국가적 걱정거리가 된 것은 심각한 일이다.

노동운동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부산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조합원 대부분의 동참 거부로 무산된 것이나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찬성률이 55%에도 미달한 것은 노조 지도부가 변화하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합원들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원하는데 지도부가 노사협상 대상이 아닌 정치적 요구를 하면서 파업을 강행하면 과거와 달리 조합원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조집행부의 파업 결정에 따르지 않고 시민의 편에서 행동한 부산지하철 노조 조합원들의 용기는 신선한 느낌을 준다.

노동운동이 변화하지 않고 집단이기주의로 치달으면서 노조끼리 맞붙는 충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가 조흥은행 파업에 따른 협상 결과를 비판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은 집단이기주의만 앞세운 노동운동이 각각의 이익에 따라 노-노 갈등 양상을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

경제 현실을 외면한 노동운동은 존립 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실업은 늘고 체감경기는 갈수록 나빠지는 총체적 경제난국을 맞고 있는 터에 노조가 파업을 남발하는 것은 경제를 악화시켜 노동운동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할 뿐이다. 나눠 가질 파이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제대로 된 노동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파업에 지친 국민은 이런 식의 노동운동에 대해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 노조 지도부는 최근 조흥은행 파업에 대해 국민의 비난 여론이 비등했던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한다.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결코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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