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공직자 기본’이 안돼 있다

  • 입력 2003년 6월 2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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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비서관 행정관 등 11명이 가족을 동반하고 소방헬기를 이용해 새만금 방조제 건설현장을 시찰한 일은 청와대의 ‘공직 의식’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라종금 사건으로 기소된 안희정씨를 사적(私的)으로 불러 격려한 일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소방헬기에 어떻게 공직자 가족이 탈 수 있는지 공사(公私) 구분도 못하는 청와대 직원들의 무감각이 놀랍다. 마치 여행을 하듯 가족과 같이 간 것도 문제지만 새만금 추진 계획에 대해 함께 보고까지 받았다니 이를 본 사람들이 청와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청와대가 쉬쉬했던 것도 정권의 정직성과 관련해 비판받을 일이다. 청와대는 바로 이처럼 숨기고 싶은 일이 많아 언론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노 대통령이 안씨를 청와대로 부른 것도 그렇다. 아무리 측근이라 해도 재판에 계류 중인 사람을 대통령이 직접 만나 위로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작지 않다. 참모들에게 ‘희정이에게 잘해주라’는 당부까지 했다니 대통령부터 공사를 구분하지 않는 터에 아래 직원들에게 ‘공직 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출범한 지 4개월도 안됐지만 그동안 청와대의 기강해이는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노 대통령이 방미 중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청와대 당직자가 잠을 자는 바람에 통화를 못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며칠 전에는 청와대 소속 사진사가 국가 기밀인 국가정보원 간부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인터넷 신문에 제공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정 사령탑인 청와대가 이러고서는 아무리 공직기강을 외쳐도 영(令)이 설 리 없다.

집권측은 엄격할 때 엄격하지 못한 어설픈 ‘탈권위주의’와 청와대 참모로 기용된 아마추어들의 동아리 의식이 이런 상황을 부르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반성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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