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깊고 짙은 이승엽의 그늘…2인자는 서럽다

  • 입력 2003년 6월 2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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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는 외롭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 하지만 팬들의 찬사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1인자에게만 집중된다.

올 프로야구는 22일 세계 최연소 300홈런을 달성한 삼성 이승엽의 독무대. 99년 54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최근엔 이승엽이 홈런을 못 치면 상대 투수진의 집중 견제가 톱뉴스가 됐다. 300홈런의 돌개바람은 지나갔지만 이젠 한 시즌 최다홈런이란 메가톤급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올해 다른 선수들이 모두 엑스트라 노릇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이승엽의 그늘에 가린 대표적 2인자가 현대 심정수. 지난해 자신의 최다홈런 기록인 46개를 쳤지만 이승엽에 1개차로 홈런왕을 내줬던 그다. 올해는 더욱 억울하다. 24일 현재 64경기에서 26개의 홈런을 날려 이 페이스면 국내 프로야구 타이인 54홈런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상황. 33홈런을 기록중인 이승엽은 69개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 이종범도 땅을 쳤다. 그는 93년 입단 후 불과 779경기만인 21일 최소경기 1000안타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하필이면 이날은 신문이 나오지 않았던 토요일. 삼성 양준혁(99년 856경기)의 기록을 무려 77경기나 단축했음에도 다음날 이승엽의 300홈런에 묻혀 기사 한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프로야구가 21일 출범 22년 만에 한반도 전체 인구와 맞먹는 유료관중 70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팬들에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300홈런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18일 통산 9번째로 200홈런 고지를 밟은 SK 박경완도 이날 이승엽의 홈런포가 침묵했다는 뉴스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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