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신분 노출될까 전전긍긍

  • 입력 2003년 6월 25일 0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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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택에서 100억여원을 떼강도에게 강탈당한 김영완씨(50)는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뿐만 아니라 사건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극도로 신경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100억원을 강탈당한 다음날 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는 112전화가 아닌 서대문경찰서 강력2반으로 접수됐다. 이경재 강력2반 반장은 24일 자신이 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반장은 일반인인 김씨가 어떻게 강력2반 전화번호를 알고 신고를 했느냐는 물음에는 답변을 피했다.

김씨는 그 후 “집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형사반장하고만 얘기하겠다”는 등의 얘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여러 차례 경찰에 “보안에 신경을 써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김씨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극히 꺼렸다. 김씨가 전화로 신고를 한 뒤 경찰서에 나온 것은 사건 발생 11일 뒤인 4월 11일. 김씨는 피해자 진술을 위해 이때 딱 한 차례 경찰에 출두했을 뿐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접촉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전화나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다. 경찰은 사고 다음날인 4월 1일 위임장을 갖고 온 김씨의 가정부와 운전사에게서 피해 진술을 들어야만 했다. 또 한 달여 뒤 피해 금품을 회수할 때도 마찬가지로 대리인들이 가져갔을 정도.

당시 수사 관계자는 “김씨는 자신의 신상에 대한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씨가 처음 강도 신고를 할 때도 정확한 피해 목록과 피해액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도난 채권 일련번호가 적힌 목록 등을 제출할 때도 대리인을 통해 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신분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바람에 당시 경찰은 그를 ‘유산을 많이 물려받은 부동산 관련 사업가’로만 파악하고 있었다.

또 김씨의 경찰 수사는 철저히 강력2반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경찰 수사 시스템 상으로는 상급자인 과장이나 서장이 보고를 통해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서대문경찰서 수사과장(현 마포서 수사과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사건 내용에 대해 여러 차례 이 반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등 관련 사실들을 잘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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