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강금실 법무 ＂손발 안맞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검 문제를 놓고 계속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 장관은 21일 노 대통령이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와 회동했을 때 배석해 "150억원 비자금 의혹은 기왕에 특검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인 만큼 특검이 계속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 노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23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노 대통령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거부 결정을 거론하며 "장관에 대한 불신임의 조짐이 아니냐"고 질문해 강 장관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이 3월 특검법을 수용하기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강 장관은 "특검법안을 수용해서는 안된다"며 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었다. 강 장관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북송금 의혹사건은 검찰에서 수사했어야 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에다 강 장관은 지난 17일 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서 주 의제는 민생 침해사범 대책.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이 부정부패 문제에 대한 검찰의 대응책을 보고하자 노 대통령이 "지금 그거 하자는 것 아니지 않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것.

이 자리에는 강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도 참석하고 있어서, 강 장관 입장에서는 크게 체면을 깎이는 일을 당한 셈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 출신이 아니면서도 여성 법무장관으로 '파격' 발탁된 강 장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