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24일 대표경선]빅4 "대세는 내게 기울었다"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57분


코멘트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 서울-강원지역 합동연설회는 마지막 연설회인 탓인지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서영수기자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 서울-강원지역 합동연설회는 마지막 연설회인 탓인지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서영수기자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경선 서울-강원지역 합동연설회는 후보들의 마지막 정견발표장. 최대 승부처인 서울 연설회인 데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때문인지 이날 연설회에는 5000여명의 당원이 참석해 그동안 실시한 6차례의 권역별 합동연설회 중 가장 뜨거운 열기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이른바 ‘빅4’ 후보 캠프에선 나름대로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내가 당선이 확실하다’는 내용의 e메일을 당원들에게 보내는 등 마지막 표 결 속에 안간힘을 썼다.

각 후보는 그동안 과열됐던 ‘네거티브 방식’을 자제하는 대신 자신이 ‘대표로서 가장 적합한 이유’를 강조했다. 후보자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송금 특검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한 데 대해 일제히 비난했다.

첫 연설에 나선 강재섭(姜在涉) 후보는 ‘젊은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 패배의 찌꺼기를 씻어내야 하는데 젊은 내가 그 일을 해낼 것”이라며 “젊은 소가 농사일을 잘하고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최병렬(崔秉烈) 후보는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우며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최 후보는 “그동안 누가 뭐라고 심한 말을 했더라도 이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부에 맞설 수 있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서청원(徐淸源) 후보는 한나라당의 ‘위기관리자’임을 자임했다. 그는 “노 정권과는 아무나 싸울 수 없고 경험해 본 사람만이 강한 야당을 만들 수 있다”며 “당이 공천파동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16대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김덕룡(金德龍) 후보는 “국민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며 ‘개혁의 선봉자’임을 내세웠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개혁이냐, 보수냐의 선택이다”면서 “개혁을 통해 노무현의 신당바람을 막고 총선 승리를 일궈내겠다”고 역설했다.

이재오(李在五) 후보는 ‘도덕적 후보론’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대표는 국민과 노무현, 민주당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오(金炯旿) 후보는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한나라당에 미래가 있을 수 있느냐. 노쇠한 말은 결코 급류를 건널 수 없다”면서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투표는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 지구당 및 지구당이 선정한 제3의 공공장소 등 모두 281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투표함은 투표가 끝난 직후 중앙당으로 옮겨 26일 전당대회(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표한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野보수파 중진들 세력화?▼

한나라당 대표경선의 후유증에 대한 당 내외의 우려가 높아지자 중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정규(梁正圭) 김종하(金鍾河) 유흥수(柳興洙) 정창화(鄭昌和) 신경식(辛卿植) 최돈웅(崔燉雄) 김기배(金杞培)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 30여명은 25일 회동을 갖고 출마후보들을 향해 ‘경선 결과 승복 및 당 단합에의 동참’을 촉구키로 했다.

간사역을 맡고 있는 김용갑 의원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중진들이 앞장서기로 했다. 앞으로도 자주 모여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파 중진들이 전례 없이 대규모 모임을 계획하고 나선 것은 대표경선이 이상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후보와 지지세력이 갈가리 찢어져 당이 심각한 내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막판에 접어들면서 경쟁자에 대한 비방과 음해가 난무하는 등 선거운동이 극도의 혼탁상을 보였고 이에 따라 누가 새 대표가 되더라도 결코 내분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들이 새 지도부 출범 후에도 지속적인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점을 주목하며 ‘경선 후유증 수습’이라는 표면적인 명분 이면에 모종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 지도체제에서 보수중진들의 몫을 확보하기 위한 세력화 작업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경선 과정에서 지지후보가 서로 달랐던 이들이 뒤늦게 같은 목소리를 내려는 데는 다분히 그런 의도가 포함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양정규 김용갑 김기배 유흥수 의원 등 6명은 18일 저녁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나 이번 모임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