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조흥銀 사태 해결안되면 본때 한번 보여주려했다"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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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최근 몇몇 노동조합이 정부를 ‘길들이기’하려거나 본때를 보여주려고 (파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조흥은행 노조 파업 때 쉽게 해결이 되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관 초청 특강 및 오찬간담회에서 “노조가 정부 길들이기를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겠다.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학자나 신문들이 조흥은행에 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투입하려는 때 합의가 됐다”면서 “이번에 (내가) 본때를 한번 보여주려고 했는데 합의를 해서 본때를 보여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본때’ 발언을 특강 말미에 한 데 이어 오찬간담회에서도 조흥은행 노조 불법파업사태의 전말을 길게 설명하면서 이를 다시 언급했다.

또 이날 특강에서 노 대통령은 “공직사회가 개혁에 가장 앞장서는 주체가 돼 줬으면 좋겠다”며 공무원의 자발적인 개혁을 거듭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 지금과 다르게 하려면 열심히 앞장서는 사람이 있고 도와주는 사람, 대강 슬그머니 따라가는 사람, 사사건건 시비 거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게 인간사회와 생태계의 보편적인 모습이다”며 부처 실국장 특강 때 예로 들었던 ‘굶주린 쥐’를 재차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또 “옛날 어느 부처 줄이고 없애고 할 때는 공무원 전 조직이 선배 후배 찾아다니며 뛰었고 결과적으로 힘센 조직은 살고 약한 조직은 잘렸다. 그러니까 불만이 있었다”며 과거 정부의 조직 축소 방식 위주의 정부개혁을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감사원 기능개편과 관련해 “누가 무슨 법 위반했느냐, 사고 냈느냐는 것은 작은 일로 보고,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돼 있느냐, 정책방향이 대통령 말과 국장 말, 과장 말이 같은가를 점검하고,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토론을 충분히 하는가 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프로세스를 감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자신의 어법과 관련해 “옛날 같으면 내가 ‘조진다’고 말했는데 요즘은 조심하느라고 ‘야단이나 치고’ 이렇게 말하니 실감이 안 난다. 옛날에는 노무현 의원도 (노동부를) ‘들입다 조지고’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해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노력하기도 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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