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49…아메 아메 후레 후레(25)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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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담배에 절어 있는 남자의 몸 냄새를 맡았다.

“…나한테서…땀 냄새 안 나요?”

“땀 냄새? 땀 냄새가 나는 거야 다 마찬가지지. 이렇게 날씨가 더우니까 말이다.” 남자가 창문을 두 손으로 밀어 올리자 차 안으로 연기가 들어왔다.

“얼굴에 검댕 묻겠어요.”

문이 열리고 금색 단추가 반짝이는 감색 제복 차림의 차장이 하얀 셔츠에 감색 바지를 입은 급사를 데리고 나타나 모자를 벗고 고개 숙였다.

“저는 여러분을 모시고 경성까지 함께 할 부산 열차구의 여객 전무입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사양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쉬고 계시는데 죄송하지만 승차권과 급행권을 검사하겠습니다.”

차장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면서 차표를 검사하고, 급사는 차표를 건네고 받는 것을 도와주면서 통로를 걸어온다. 남자는 품에서 승차권과 급행권을 꺼내 급사에게 건넸다. 소녀는 차표에 적혀 있는 글자를 읽었다.

삼랑진에서 봉천 통용 발매일 공히 1개월 2등 18·8·28

“봉천?”

“그래 봉천.”

“방향이 반대잖아요?”

“너 말고도 공원을 몇 명 더 데리고 가야 해서, 대련에서 배타고 가기로 했다.”

“대련….”

“걱정할 것 없다, 사흘 정도 늦는 것뿐이니까. 다음 대구역에는 몇 시 도착입니까?” 남자는 소녀의 동요를 무시하고 차장에게 물었다.

“9시32분입니다.”

“대전에는?”

“12시46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럼 대전에서 도시락을 사면 되겠군. 정차 시간은?”

“6분간 정차합니다.”

“정차 시간은 계속 그런 정도겠지. 세수는 내일 안동에 도착해서나 해야겠어.”

“네. 안동에서 조선 철도에서 만주 철도로 바뀌니까, 30분간 정차합니다.”

기차가 터널로 들어갔다. 뽀오오오-, 머릿 속에서 기적 소리가 메아리쳐서 전후좌우를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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