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 잇는 '夏鬪', 나라 결딴낸다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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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경총 등 5개 경제단체 회장단이 내놓은 ‘노동계 총파업에 대한 경제계 성명서’는 민노총 주도의 하투(夏鬪)를 앞둔 경제계의 절박한 분위기를 말해 준다. 집단이기주의와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노동계, 그리고 불법파업을 용인하고 협상에 끼어들어 노조에 과실을 안겨 주는 정부에 견디다 못해 오죽하면 투자조정 고용감소 공장해외이전까지 거론하고 나섰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참여정부 들어 대형 사업장의 노사분규는 번번이 노조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기업매각은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조흥은행 사태는 노조의 불법파업에 밀려 많은 부분을 양보함으로써 하투에 들어가는 노조의 기대심리를 높여 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한 메시지를 노동계와 국민에게 밝혀 달라’는 경제계의 주문은 정부가 노조편향 정책에서 탈피해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선언해 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지방 지하철 노조의 연대파업을 시작으로 다음달 초까지 예고된 철도 서울시내버스 금속연맹 화학섬유연맹 등의 릴레이 파업은 빈사 상태에서 허덕이는 나라경제를 결딴내고야 말 기세다. 노동계의 요구조건 가운데 사업장별로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임단협 사항은 거의 없고 정치투쟁이 주류를 이루어 타결 전망도 어둡다. 그중에서도 철도 공사화 철회와 경제자유교역법 폐기 요구는 공기업의 경쟁력 회복과 외국인 투자활성화 등 나라 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노조의 이익만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의 소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노동계가 도덕성과 책임감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며 불법파업 엄단 방침을 천명했지만 실제 협상에 그 의지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그 결과 파업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사용자와 정부를 압박하면 얻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노동계에 팽배하게 되었다. 정부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지금이라도 법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경제계가 걱정하는 총체적 경제 파탄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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