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시의 효시' 김여제 時 87년만에 첫 공개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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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시의 효시’ 중 하나로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유암 김여제(流暗 金輿濟.사진)의 시 ‘세계의 처음’과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을 울음’ 전문이 87여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국문학자 심원섭(沈元燮·일본 와세다대 강사)씨는 최근 입수한 김여제의 시 두 편을 ‘문학사상’ 7월호에 공개했다. 김여제는 자유시의 선구자인 주요한으로부터 신시의 첫 작가로 평가받았으나 이 시 두 편만 남긴 뒤 붓을 꺾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김여제의 시는 일제강점기 도쿄 유학생들의 동인지 ‘학지광(學之光)’(1916년말∼1917년초 발행) 8호와 11호에 각각 수록됐다. 이 시가 실린 학지광 8, 11호는 일본 경찰에 의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와세다대 언어교육팀이 지난해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이를 찾아냈다.

시 ‘세계의 처음’은 도치적 통사 구조나 대담한 행 구성 등 ‘근대시로의 이행기’적 모습이 나타나며, ‘만만파파식적을 울음’은 정제된 언어로 항일정신이 내포된 비애의 정조를 표현하고 있다고 심씨는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김여제의 시는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최남선과 ‘불노리’를 쓴 주요한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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