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속 2박3일 극기훈련 나선 '사격요정' 강초현 선수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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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사격단의 강초현이 23일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에서 실시된 극기훈련 도중 고공타워에서 눈을 감은 채 외줄을 타고 뛰어내리고 있다.-양평=박주일기자
갤러리아사격단의 강초현이 23일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에서 실시된 극기훈련 도중 고공타워에서 눈을 감은 채 외줄을 타고 뛰어내리고 있다.-양평=박주일기자
“나는 할 수 있다. 파이팅.”

힘차게 외쳐 봤지만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는 듯했다. 몸에 줄을 매고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m 높이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릴 수밖에…. 밑에서 올려다볼 때와는 영 딴판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다시 걸어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

깊게 심호흡을 한 뒤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시원스럽게 허공을 가르는 그의 표정에는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진 채 환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장맛비가 세차게 뿌린 23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한화리조트. ‘사격 요정’ 강초현(23·갤러리아)이 팀 동료들의 함께 도전 정신과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2박3일의 일정으로 마련된 극기 훈련에 나섰다. 궂은 날씨에도 강초현은 공중에 설치된 모형탑에서 외줄 낙하 및 고공 점프, 통나무 오르기 같은 힘든 훈련 과정을 소화해 냈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딴판이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하려니까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네요.” 한 후배가 무서워 30분 동안 뛰어내리지 못할 때는 언니답게 “힘내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빗물과 땀으로 얼룩진 이마를 연방 닦아낸 강초현은 “사격은 불과 1, 2점 차로 순위가 뒤바뀌거든요. 그래서 기술보다 심리적인 면이 중요해요. 이번 훈련을 통해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깜짝 은메달’의 주인공. 이 은메달로 ‘신데렐라’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이후 2년여 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올 초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명예회복을 선언한 강초현. 그에게 이번 극기훈련은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양평=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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