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환경미화원 방원일씨 1200만원 주인 찾아줘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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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처음 봤을 때는 대학생이 술을 많이 먹고 놓고 갔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1200만원이 든 가방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2동에서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원일씨(40·사진)는 17일 오전 1시경 57번 버스 종점 앞 골목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다 학생용으로 보이는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에도 쓰레기 더미에서 취객이 흘리고 간 가방이나 빈 지갑을 종종 봤기 때문에 학생증이 나오면 연락해 돌려줄 생각으로 가방을 열어 봤다.

가방에서는 1만원짜리 지폐 100여장과 10만원권 수표 등 1200만원이 쏟아져 나왔다. 1000원짜리 몇 장은 주워 봤어도 이렇게 큰 돈은 생전 처음이라 방씨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작업을 마친 뒤 바로 자양2동 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은 가방 안에 든 주민등록증 등을 토대로 가방 주인이 강모씨라는 걸 밝혀내고 연락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길거리에서 전화통화를 하다가 남자 2명에게 가방을 날치기당했다는 것. 강씨는 자신이 날치기 범인들을 뒤쫓아 가자 범인들이 급한 나머지 지폐 몇 장만 꺼내고는 가방을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광진구 중곡4동의 21평 연립주택에서 부인 및 1남1녀와 사는 방씨는 “환경미화원들이 비록 어렵게 살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이들이 많다”며 “내가 아니라 다른 미화원이 가방을 주웠어도 주인을 찾아줬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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