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주온'…이불속서 번뜩이는 귀신의 두 눈

  • 입력 2003년 6월 23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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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을 갖고 죽은 귀신’이라는 일본 공포 영화의 전통적 소재를 다룬 영화 ‘주온’. 사진제공 동숭아트센터
‘원한을 갖고 죽은 귀신’이라는 일본 공포 영화의 전통적 소재를 다룬 영화 ‘주온’. 사진제공 동숭아트센터
공포영화 감상법.

첫째, 일단 본다. 둘째, 인터넷으로 줄거리를 이해한다. 셋째, 내용을 숙지한 뒤 다시 본다. 공포 영화는 미지의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소재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만한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공포영화 ‘주온’(呪怨)도 한 번 봐선 쉽게 이해할 수 없을만큼 끝없는 괴기스런 장면으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남자가 부인을 죽이고 자살한다. 아들 도시오는 실종됐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들 부부가 살던 집에는 병든 노파 사치에가 살고 있다. 사치에를 간병하러 간 리카(오키나 메구미)는 집안에 감도는 불길한 기운에 사로잡힌다. 집은 폐허처럼 엉망이다. 2층 다락방에서는 얼굴이 창백한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갑자기 노파가 돌연사하고 리카도 정신을 잃는다.

영화 초중반 ‘주온’이 발산하는 공포 분위기는 위력적이다. 영화 제목 그대로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들의 저주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튀어나와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밝은 대낮 카페 테이블보 밑, 심지어 두려움을 없애고자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도 귀신이 나타난다. 리카가 잠이 들었다 불길한 기운에 눈을 뜨면 수십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집안을 뒤덮고 있다.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폐쇄공포증을 자극한다.

그러나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공포는 힘을 잃는다. 괴기스런 사건들이 끝도 없이 나열되나 그 인과 관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지만 이들은 귀신과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이다. 복선을 치밀하게 깔아놓지 못해 공포의 효과는 반감된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을 관객 스스로 포기하게 하고 이후 공포 장면은 비명보다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직접 제작한 비디오 시리즈 ‘주온’과 ‘주온2’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링’의 나카다 히데오, ‘큐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등 일본의 베테랑 공포영화 감독들이 찬사를 보낸 작품이다.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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