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방화혐의 10代 ‘억울한 옥살이

  • 입력 2003년 6월 2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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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주택가 연쇄 방화범으로 몰릴 뻔한 한 젊은이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A군이 경찰에 붙잡힌 것은 지난해 12월 말. 당시 19세였던 그는 서울 구로구 구로4동 주택가를 돌며 오전 3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슈퍼마켓 창고 등 7곳에 불을 질러 550만원 상당의 피해를 준 혐의(일반건조물 방화 등) 때문이었다.

라이터로 손수레와 쓰레기더미에 지른 불이 주변에 주차해 있던 1t 트럭에 옮겨 붙은 사실이 인정돼 자동차 방화 혐의까지 추가됐다.

A군은 당초 경찰에서 사건 발생 당시 자신은 청소년보호시설에 머물렀고, 다음날 아침까지 외출을 하지 않았다며 방화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다가 경찰이 증인으로 내세운 초등학교 선배 B씨가 대질신문 과정에서 “불이 날 당시 화재현장 부근에서 만나 담배를 피우며 1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하자 “부모의 사랑 없이 자란 데다 친구들마저 무시하는 것 같아 홧김에 불을 냈다”고 진술을 뒤집었던 것.

경찰은 A군이 화재현장 근처에 나타났다는 목격자 진술과 자백 외에는 방화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음에도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경찰에 구속된 A군은 청소년보호시설 교사들의 용기 있는 법정증언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었을 수 있었다.

교사들이 “증인 B씨가 경찰서 출두 전 친구들과 만나 ‘우리가 입을 맞춘 대로 얘기하면 된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고 “사건 당시 무단외출자는 없었다. A군은 화재 발생일 다음날 아침 일찍 다른 청소년시설 수련캠프에 참가했다”고 증언을 했던 것.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21일 교사들의 진술에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해 ‘자백과 목격자 증언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다’며 A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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