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주부, 남편 승진 늦은데 앙심 사장등 1000통 협박편지

  • 입력 2003년 6월 2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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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승진이 늦은 데 앙심을 품고 남편의 회사 간부 등에게 6년여 동안 1000여통의 협박편지를 보낸 3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1997년부터 최근까지 남편 회사의 사장, 이사, 부장 등 간부와 먼저 승진한 동료, 그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장 등 50여명에게 1000여통의 협박편지를 보낸 혐의로 A씨(36·전남 영암군 삼호읍)를 22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간부들에게 보낸 협박편지 속에 수십차례나 면도칼을 동봉했으며 미국에서 탄저균 테러 공포가 한창이던 2000년에는 편지봉투에 밀가루를 넣어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97년 5월 남편의 회사 동료인 홍모씨(36)가 남편보다 입사가 3개월 늦은 데도 먼저 작업반장으로 승진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회사 간부들에게 “홍씨는 부도덕한 사람이다. 그를 해고하지 않으면 회사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어 A씨는 홍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과 유치원장 등에게도 “아이들을 당장 퇴학시켜라”는 협박편지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6년간 남편 모르게 협박편지를 보냈으며 자신이 사는 삼호읍에서 4km 떨어진 목포시내로 나가 편지를 부치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썼다”고 말했다.

경찰은 회사 간부들의 신고로 그동안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으나 물증이 없어 검거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달 초 회사 간부들에게 또 다시 협박편지가 배달되자 21일 A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백과사전 속에서 미처 보내지 못한 협박편지 1통을 발견하고 A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영암=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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