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개혁 딴죽 걸지말고 주도해 달라”

  • 입력 2003년 6월 21일 05시 47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일 중앙부처 실 국장 대상 특강에서 공직사회의 자발적인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개혁주체세력 논란과 관련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느 사회나 앞서가는 사람과 발목을 잡는 사람이 있다"며 공직사회 개혁을 '굶주린 쥐'에 비유해 설명했다.

"쥐 열 마리를 가둬놓고 물 건너 음식을 놓아두면 여섯 마리는 음식을 가져오고 두 마리는 굶어 죽고 나머지 두 마리는 뺏어 먹는다고 한다. 여섯 마리만 따로 가둬놨더니 또 가져오는 쥐와 빼앗아 먹는 쥐가 있다더라. 항상 발목 잡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공직사회가 개혁에 '딴지'를 걸지 말고 주체적으로 개혁을 주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개혁주체세력의 실체에 대해 "누구를 찍어서 얘기한 적이 없다. 당신은 경상도 사람이라 개혁적이고 당신은 호남이라고 해서 개혁이 아니다 라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진보와 개혁의 얘기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하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개혁은 여러분의 몫이다. 여러분이 성공하면 한국은 팔자 고칠 기회가 오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타율적 개혁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공직자 접대골프를 예로 들며 "내가 공무원 윤리강령을 만들어 골프장도 못 가게 했다"며 "나도 남 따라가서 골프를 쳐봤는데 기분이 자꾸 꿀리더라. 안 했으면 좋겠다. 접대골프 하지 말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골프장 그늘집(휴게소)에 가서 음식 하나 먹는 것도 돈 내는 사람한테 눈치 살핀 경험이 있다"며 "행정개혁에 성공하면 부처에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사 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한 교단의 갈등을 언급하면서 "교단 대표자 모아서 만나보고 싶다고 했는데 참모들이 자리를 안 만들어준다. 어쩐지 느낌이 큰 싸움이 나 대통령 스타일 구길 것 같아 그런 것 같은데, 왜 대통령이 안 나서야 하나.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되도록) 뿌리부터 뽑아 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지나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다음 대선 때 내가 뭐라고 하느냐에 따라 표가 '무더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영향력을 갖고 있고 싶다"면서 "막판까지 저도 힘 있는 대통령 할 수 있다. 어느 정부나 말년에는 힘 빠지는데 검찰이 수사할까 말까, 터뜨릴까 말까 하는 '파일'들이 있는 동안에는 하나의 파일은 두개를 만들게 돼 있다. 파일 없이 가겠다"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줄 서라'고 농담한 것 갖고 줄이 문제다고 하는데, (신문이) 정말 쓸게 없는 것 같다"면서 "노무현 빼고 나면 쓸게 없어요. 앞으로 쓸게 없도록, 좋은 일 아니면 쓸게 없도록 한번 잘 해 봅시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