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전산망 마비 위기…전산센터 노조원들 속속 이탈

  • 입력 2003년 6월 20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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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파업사태 3일째를 맞아 조흥은행 점포의 절반이 문을 닫고 전산망 가동도 점차 어려워지면서 개인고객과 기업, 법원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또 조흥은행의 예금인출 사태가 계속되면서 조흥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한계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출신용장(LC) 발급 및 수출환어음 매입이 차질을 빚어 중소기업의 수출업무가 일부 마비되는 등 기업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신한지주, 조흥은행 노조는 20일 새벽 1차 협상에서 타협안 마련에 실패했지만 2차 협상을 벌일 계획이어서 조흥 파업사태는 이번 주말에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조흥은행에 따르면 이날 문을 닫은 점포는 249개로 전체 476개 점포의 52.4%였으며 문을 연 점포도 인력 부족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또 조흥은행의 예금 잔액은 11일 48조307억원에서 19일 42조5498억원으로 5조4809억원이 줄었고 20일 하루만도 8000억∼9000억원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산센터에 남아 있던 인력 중 정규직원 25명이 추가로 철수하면서 전산망이 마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파업 이전에 329명의 직원이 근무했던 조흥은행 전산센터에는 현재 대체인력을 포함해 71명이 근무 중이다.

조흥은행을 주채권 은행으로 하고 있는 금호와 롯데그룹은 물론 조흥은행을 일부 이용하는 대기업들은 전산망 작동이 중단될 경우 금융업무 마비 및 25일의 급여 지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체은행 확보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을 비롯한 서울지역 각급 법원도 대부분 조흥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있어 조흥은행 전산센터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큰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지역 각급 법원에서 각종 공탁금과 보증금의 납입 및 반환, 경매로 인한 매각 및 낙찰대금 납부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게 법원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조흥은행의 점포 중 정상 영업이 가능한 곳의 비중이 25% 미만으로 떨어지면 다른 은행에서 예금을 지급하는 ‘예금 대지급’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고객의 예금 인출에 따라 조흥은행의 자금이 크게 모자라면 23일 3조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주말까지 파업 양태와 여론 추이를 봐가며 공권력 투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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