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전시회 갖는 존 레넌 아내 미술작가 오노 요코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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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멤버 존 레넌(1940∼1980)의 아내이자 미술작가 오노 요코(小野洋子·70)의 기자회견이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에는 4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Yes' 오노 요코와의 만남

‘사생활과 관련한 질문은 말아 달라’는 주최측의 당부에 이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구(短軀)였지만, 당당한 걸음걸이에 날씬한 몸매를 꼭 조이는 검은 색 니트와 면바지, 선글라스를 걸친 모습은 안경 너머 강렬한 눈빛까지 더해 나이를 무색케 했다.

21일부터 9월 14일까지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을 첫 방문한 그는 “스무살 때 친하게 지내던 두 명의 한국 친구들로부터 서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고향에 온 듯 편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낮은 톤의 유창한 영어로 힘과 열정을 실어 질문에 답했다. 기자 간담회에는 홍나영 삼성미술관 부관장과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주관한 저팬소사이어티 알렉산드로 먼로 관장, 오노 요코 컬렉션 큐레이터 존 헨드릭스가 배석했다.

팝 스타 고 존 레넌의 아내인 오노 요코가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40여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조명한 첫 회고전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이다. -전영한기자

―첫 서울 전시의 감회는….

“미국이나 유럽 전시를 할 때와는 또 다르다. 아시아 순회전의 첫 번째 도시가 서울이 되었다는 점이 기쁘다. 나 또한 아시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섬세하고 따뜻한 아시아적 전시 방법에 호감이 간다. 이제 서구는 아시아에 대해 친근한 시각을 갖게 됐다. 바야흐로 동과 서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정신세계를 교류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우리는 모두 하나다.”

―당신 작업의 지속적인 테마는 무엇인가.

“긍정(Yes)과 평화(Peace)다. 이번 전시 제목 ‘예스, 요코 오노’에는 세상과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나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러면 평화가 찾아온다. 나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세날레전에 작품을 냈다. 관람객들이 ‘Imagine Peace’라는 글귀가 새겨진 고무 스탬프를 세계지도 위에 찍는 것이다. 평화는 이처럼 작은 씨앗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방법이자 커뮤니케이션이다. 정치 경제 교육도 각자 기능이 있지만 예술은 ‘사랑’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는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하얀 방에 작은 창을 내고 ‘이 방은 푸른 색이다’ ‘이 방은 증발한다’ 등을 벽에 써 넣는 퍼포먼스 ‘블루룸 이벤트(Blue Room Event)’도 선보였다. 공간에 대한 선입견을 전복시키는 시도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 ‘예스 페인팅’ ‘전쟁은 끝났다’ 등 설치와 오브제, 비디오, 영화, 음악작품과 사진자료, 출판물 등 126점이 소개된다. 그는 그동안 MIT, SFMoMA(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미국 내 6개 미술관들을 순회하며 국제비평가협회 미국지부 미술관 전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제작과 감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그의 작품은 별도의 설명 없이 관람하기엔 다소 어렵다. 21일 오후 2시 삼성생명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가 도움이 될 듯하다.

주최측은 유명 팝스타의 아내로 더 잘 알려진 작가의 가려진 예술세계를 본격 조망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22일 출국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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