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독립 탄압法 철폐…EU가입 위해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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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의회는 19일 그동안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켜 온 테러방지법을 철폐하고 쿠르드족이 운영하는 방송을 민간 라디오 및 TV 방송국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승인해 유럽연합(EU) 가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개혁안의 핵심은 쿠르드 분리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에게 최고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테러방지법을 철폐한 것이다. 이와 함께 12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이 국영방송뿐 아니라 민간 방송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자녀에게 쿠르드식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개혁안은 EU의 인권개선 주문에 따른 것으로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의 EU 정상회담 참가를 하루 앞두고 통과됐다.

이에 앞서 터키 의회는 지난해 EU의 요구에 따라 사형제도를 철폐한 데 이어 이날 유럽회의의 사형 철폐 협약도 비준했다.

메메트 알리 사힌 부총리는 “정부가 또 한 차례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해 EU의 요구조건을 완전히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 보도들에 따르면 추가 개혁안에는 터키정부의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군부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 군부는 19일 통과된 개혁안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표시했으며 이 조치로 지난 18년간 분리독립 투쟁을 벌여온 쿠르드족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슬람 교리에 바탕을 둔 터키의 집권 정의발전당은 EU 가입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한 개혁을 다짐하고 있으며 EU는 내년 12월 터키의 회원 가입 적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아리안 계통 종족으로 2000만명 정도가 터키 이라크 이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대부분이 이슬람교의 수니파. 터키 쿠르드족은 1919년 민족 항전을 거쳐 1920년 세브르조약으로 자치정권을 약속받았으나 1923년 로잔조약으로 취소됐다. 1984년 쿠르드노동자당이 무장 독립투쟁을 시작한 이후 3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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