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직속 예산정책처 만든다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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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려는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국회 운영위는 20일 국회의장 직속의 ‘예산정책처’ 신설안을 의결했다. 책임자인 예산정책처장은 차관급으로 결정됐다. 이 법안은 이달 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여 예산정책처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설립될 전망이다. 직접 운영위 회의장에 참석해 회의과정을 지켜보던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정치를 시작한 이래 국회를 이렇게 한번 바꿔봐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는데 이제 거의 된 것 같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국회 운영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정밀 감시할 수 있는 엄청난 기관이 하나 생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산정책처는 110조원(올해 기준)에 달하는 방대한 예산과 각종 기금의 연구 및 분석, 예산 또는 기금이 들어가는 법률안에 대한 소요비용 추계, 국가재정운영 및 주요 사업에 대한 분석 평가 등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예산정책처는 또 국회 상임위원회나 의원들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한 조사 분석 업무도 맡는다.

재정분야 전문가(석·박사) 50명으로 출발하는 예산정책처는 미국 의회내 지원기구로 예산기능을 보좌하는 의회예산처(CBO)를 모델로 했다. 물론 300여명에 가까운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고, 사실상 예산편성권까지 갖고 있는 CBO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산정책처가 △예산심의 △법률안 비용추계 △경기전망 같은 주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예산편성의 전권을 갖고 있는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또한 국회의 주먹구구식 예산심사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회는 예산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예산심의는 제대로 못하면서 ‘나눠먹기’는 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예산정책처가 다수당의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는 등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해결할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도 “정부 재정에 대한 의회의 견제는 바람직하지만 행여 방향이 잘못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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