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내리기’ 법원서 잇따라 제동…"인하근거 부적절"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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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와 의약품 재분류와 관련해 제약업체가 낸 행정소송에서 정부가 연패하고 있어 정부의 약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급여와 관련해 제약업체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약가 인하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지 주목된다.

▽줄줄이 승소하는 제약업체=복지부가 지난해 6월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약가를 무리하게 인하한 데 반발, 국내 5개 제약업체가 지난해 7월 약가인하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 전후 비교
품목고시 전고시 후(인하율)
G사 아믹탐 주사제1430원1032원(27.8%)
H사 세포탁심나트륨 주사제6706원3887원(42.04%)
P사 알탁타사이드 정102원69원 (32.35%)
S사 박시린 주사제3112원1963원(36.92%)
D사 케로라신 주사제1585원1112원(29.84%)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말 “요양기관(병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할 약값을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부당하다”며 H사와 D사가 제기한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후 G사와 P사도 승소했으며 나머지 1개사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약업체는 복지부가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서 거래되는 약값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 중간 도매상의 약값을 조사해 약가를 15% 이상 인하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엔 외국계 제약사인 L사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정신과 치료제가 1차 약물(환자에게 우선 투여하는 약)에서 2차 약물(1차 약이 듣지 않을 때 쓰는 약)로 재분류됨으로써 보험급여가 축소됐다며 가처분 소송을 내 지난달 말 승소했다.

▽당혹스러운 복지부=제약업체와 복지부와의 ‘법정 분쟁’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된다. 힘없는 제약업체가 복지부에 대든다는 것 자체가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의 파장을 우려한 복지부는 이들 사건에 대해 모두 항소하는 한편 어떻게든 약가 고시제도의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는 입장.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기관 외에 도매상에서도 약값을 조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와 함께 전국의 1000여개에 이르는 도매상을 모두 조사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 중 약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26%”라며 “만약 항소심에도 지면 앞으로 약가 관리가 어렵게 될 뿐더러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전망=1심에서 약가 인하의 부당성이 확인됨에 따라 복지부가 항소하더라도 승소할 전망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이번 판결은 현재 많이 사용되는 2500여종의 약을 대상으로 복지부가 실시 중인 최저실거래가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실거래가란 제약업체가 100원짜리 약을 요양기관 10곳 중 단 1곳에서라도 50원에 팔면 나머지 9곳에도 50원만 받아야 하는 제도로 2002년 9월부터 1년간 시범 실시되고 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대표적 제품이 최저실거래가에 의해 부당하게 약값이 깎인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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