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日人 전속요리사 “북한 지하 核시설에서 95년 대규모 피폭사태”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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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말 북한의 지하 핵시설에서 대규모 피폭사태가 발생해 핵시설 근무자들이 이빨과 머리가 빠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이 증언했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13년 동안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藤 本健二·56)씨는 20일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 '김정일의 요리인'과 산케이신문 인터뷰 등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초밥 요리사 출신으로 북한에서 VIP 대우를 받으며 일하다 2001년 중국을 통해 탈출한 그는 북한에서 보고 겪은 북한 상류층의 생활실태와 김 위원장의 인상 등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1989년 나에게 북한의 핵무기를 갖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은 뒤 '핵무기가 없으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며 핵 보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1994년에는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김 위원장의 이동이 심야나 이른 새벽을 택해 극비리에 이뤄졌으며, 김 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은 행렬 중 가장 앞에서 달렸다는 것.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사망으로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직후 그는 장시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등 매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늘 권총을 지니고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평소에는 웃음을 잃지 않는 온후한 인물로 취미가 같은 사람과는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기를 즐긴다"고 소개했다.

후지모토씨는 그러나 "국가 운영에 관한 것, 특히 정보를 보고하지 않거나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국가의 최고간부급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열화같이 호통을 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 번은 회식에 동원돼 초밥을 만들고 있을 때 매제이자 최측근인 장성택(張成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의견 차이가 생겼는지 갑자기 식탁에 있던 스테인리스 냅킨통을 장 부부장을 향해 던졌다는 것.

그는 "김정일의 후계자로 부인 고영희의 장남 정철(正哲)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지만 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김정일은 정철에 대해 '그건 안돼, 여자 같아서'라고 자주 말했다"고 속했다. 김 위원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아들은 2남 정운이며 정운은 아버지와 체형까지도 닮는 등 빼다 박았다는 것.

그는 또 "북한의 식량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1994년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식탁에는 전 세계의 사치스런 요리가 가득했으며 김 위원장은 참치 배살, 방어 등의 기름진 생선초밥을 즐겨 먹었다"고 전했다.

후지모토씨는 북한을 탈출한 이유에 대해 "북한은 알면 알수록 철저한 감시 밀고사회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중국을 여행할 때 일본에서 신세를 진 경시청 외사수사관에게 건 전화가 모두 도청당해 북한에 돌아갔더니 간첩 혐의가 씌워져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1982년 일본의 북한계 무역회사 소개로 북한에 단신으로 건너간 후지모토씨는 1988년 김 위원장의 전용요리사로 발탁돼 월급 50만엔(약 500만원)을 받으며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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