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관공서 20여곳 털었다”…절도범 인천서 붙잡아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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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에서 연쇄적으로 관공서를 털어온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의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안모씨(37·경북 울릉군)는 이날 오전 2시15분경 인천지방해양수산청 1층 항만물류과 창문을 뜯고 들어가 2시간 동안 1∼4층의 사무실들을 뒤져 현금 300여만원과 일본돈 1000엔짜리 1장을 훔치다 경비원 김모씨(39)에게 들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5월 20일 인천시청, 5월 29일 경기 부천시청, 1일 인천 계양구청, 3일 인천 중구청 등에 침입해 700만여원 상당의 금품을 털었다고 자백했다.

안씨는 또 수도권 외에 부산 대구 전남 등의 관공서 20여곳에서 2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고 진술해 경찰이 구체적인 피해 기관과 피해액을 조사 중이다.

안씨의 절도 행각이 속속 밝혀지면서 일부 관공서가 절도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했더라도 피해액수를 줄인 것으로 드러나 그 이유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안씨는 경찰에서 지난달 29일 부천시청에 침입해 300만원을 털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부천시는 도난 사실을 아예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부천시는 뒤늦게 피해액이 1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내부 중요문서가 없어지지 않았고 내부자 소행인 것 같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씨는 또 계양구청에서 200만원을 훔쳤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계양구청이 경찰에 신고한 피해액은 36만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안씨가 몰고 다닌 렌터카 트렁크에서 100만원권 수표 13장, 10만원권 수표 15장, 5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8장과 은행통장 10여개가 발견됨에 따라 수표 발행지 추적 등을 통해 피해 관공서를 확인하고 있다. 안씨는 “생계가 어려워 3개월 전 집을 나와 대구에서 렌터카를 빌린 뒤 상대적으로 방범망이 허술하고 도주하기 쉬운 관공서를 상대로 금품을 훔쳐왔다”며 “일반 주택은 자칫 강도로 돌변할 수 있어 관공서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지리에 어두운 상태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관계로 자신이 침입한 관공서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경기 고양시청과 김포시청, 경기 제2청사 등의 절도사건과도 관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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