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캉페아뉘/'갈등 뒤 화합' 월드컵처럼…

  • 입력 2003년 6월 20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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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월드컵 1주년을 맞은 요즘, 지난해 6월을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8년 넘게 살아온 필자도 월드컵의 감동으로 이곳 생활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1년 전 이맘때가 그리운 건 비단 한국팀이 축구를 잘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을 붉게 물들인 인파 속에서,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짓눌러온 여러 갈등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하나 된 외침을 세계에 포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방송과 신문들은 이 장엄한 이벤트를 자국에 송출하며, ‘경이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나 역시 해외의 지인들로부터 한국팀의 선전과 한국민의 질서정연한 응원 드라마에 대해 수많은 e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한국민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50년 만에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 후 1년, 한국 사회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사회적 갈등에 부닥쳐 왔다.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상대방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발전을 위한 목소리와 의견 표출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라는 점에서 나는 결코 현재의 한국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서구 사회가 그랬던 것처럼 보다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며, 한국이 반드시 현재의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민들은 월드컵을 통해 진정한 ‘국민화합’의 가능성과 그 벅찬 환희를 몸소 체험하지 않았던가.

한국민이 소망하는 ‘화합된 사회’는 모든 개개인이 갈등 없이 한 방향만을 바라보거나 단순히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무엇이 공공의 이익인지를 알며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와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나라뿐 아니라 기업 내에서도 우리는 항상 갈등과 화합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업의 각 구성원이 각자 이익에 따라 자기주장만을 한다면, 그 회사는 목표 달성은커녕 어느 쪽으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만 낸다면 개인은 물론 기업의 창의적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개성과 신념에 따라 각자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되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 즉 타협과 조정을 통해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열린 마음과 여유가 필요하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업무시간 외에 전 직원이 대화하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는 사회와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역간 갈등, 부의 불평등, 정치적 신념의 대립 등 수세대 동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던 갈등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한국인은 위기에 강한 민족이며, 필요할 때 화합하는 정신을 갖고 있다. 한국민들이 성숙한 시민 사회를 만들어낼 것을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약력 ▼

955년생. 1995년 한국에 들어와 1999년부터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일해 왔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보험위원장, 서울글로벌포럼 공동회장 등을 맡아 왔으며 8년간의 한국생활을 마감하고 7월 말 새 부임지인 유럽으로 떠난다.

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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