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조선연극사'…빼앗긴 나라 문화찾기

  • 입력 2003년 6월 20일 17시 19분


코멘트
◇조선연극사/김재철 지음/392쪽 2만2000원 동문선

한국 최초의 연극사로 1933년 출간됐던 ‘조선연극사’가 복간됐다. 노정 김재철(蘆汀 金在喆·1907∼1933)은 25년 6개월을 살다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망 직후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도 한국 연극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진 연구업적으로 평가된다.

‘제21회 전국연극제’를 맞아 공주민속박물관의 후원으로 발간된 이 책은 ‘조선연극사’와 함께 1934년 그를 기리기 위해 발간됐던 ‘노정기념첩’, 그의 꼭두각시극 각본 및 관련 사진들을 수록해 그의 업적과 삶에 대한 중요한 자료집이 됐다.

‘조선연극사’는 본래 경성제국대학 조선문학과의 졸업논문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이 최초의 한국 연극사는 그가 졸업한 후 1931년 4월 15일부터 6월 28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됐고, 그는 신문연재 중 일제의 검열로 삭제된 부분들을 다시 수정 보완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이 손상돼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원고는 그의 사망 직후인 1933년 5월 ‘청진서적’에서 조선어문학회 총서의 하나로 출간됐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미국인에 의해 영역이 추진되기도 했다.

‘조선연극사’의 내용은 가면극, 인형극, 구극(舊劇)과 신극(新劇) 등 총 3장으로 구성됐다. 이는 당시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기록들을 모아 연극사를 계통적으로 정리하려 했던 노력의 성과였다. 그는 연극 대본을 채록하고 사료를 면밀하게 분석 정리했다. 아직 전승이 계속되고 있던 산대극과 꼭두각시놀음에 관해서는 가면과 인형의 제작법, 놀이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등에 관해 상세하게 서술해 놓았지만 당시 현대극으로 행해지던 구극과 신극에 대해서는 간략한 소개에 그쳤다. 이는 그의 집필 목적이 당시 급속히 망각돼 가고 있던 민족문화를 찾는 데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고려대 서연호 교수(국문학)는 ‘해제’에서 “그는 당시 모더니즘 연극의 기반을 사실주의로 보았다”며 “간략한 서술 가운데서도 사실주의를 신극의 원리로 파악한 것은 그의 탁견”이라고 평가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