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천정배의원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 입력 2003년 6월 20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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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추진의 핵심 멤버중 한사람인 민주당 천정배의원은 20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국민참여신당은 민주당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며 그 한계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정당"이라며 당원들의 동참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히 "신당 창당에 대해 '호남을 배제하고 영남당을 창당하는 것'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말(若無湖南 是無國家)을 인용해 "호남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나라를 위난에서 구한 곳이고 현재의 민주화와 개혁을 가능케 한 곳이기도 하다"면서 "저는 민주당 당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함과 동시에 제가 호남출신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 못지않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신당에 부정적인 호남 정서에 호소했다.

◆천의원의 편지 전문

국민참여신당으로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지난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두 후보를 내세워 연거푸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수십 년에 걸친 냉전수구 특권 분열세력 집권기간의 적폐를 청산하고 동북아의 중심을 이루는 세계적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국운 융성의 바탕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이러한 역사적 사명과 시대적 과제를 깊이 자각·통찰해서 국운 융성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해야 합니다.

우리 앞에는 21세기 새로운 지식정보사회, 국민참여시대가 펼쳐지고 있으며 국내외의 난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고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합니다. 망국적 지역주의, 권위주의와 부패로 얼룩진 낡은 정치를 극복해 국민참여와 국민통합의 깨끗한 정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지난 4월 28일 20여 명의 우리 당 의원들과 함께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해 민주당 내외의 모든 개혁 정치세력이 총집결해 신당을 만들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제안은 짧은 기간에 당원 동지 여러분의 큰 호응을 얻어 5월 16일의 의원 워크샵에서는 우리 당 전체 국회의원의 3분의 2에 이르는 67명의 의원들이 동참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무위원회가 진행되는 동안 안타깝게도 당내 갈등이 증폭됐습니다. 급기야 지난 16일의 당무위원회에서는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우선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 국민 여러분께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린 데 대해 당원 동지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신당 창당 문제가 당내 갈등의 소재가 된 것은 신당 추진 주체 내부의 일부 혼선과 더불어 당내 일부 인사들이 지니고 있는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된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민주당원들이 상호간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과감한 자기개혁을 해 온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는 데 뜻을 모은다면 민주당원들 모두가 동참하는 가운데 국민참여신당 창당을 추진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다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민참여신당은 민주당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키며 그 한계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정당입니다.

민주당은 이 나라 개혁세력의 정치적 본산으로서 3대 역사적 위업을 이룩했습니다.

첫째, 반독재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무능하고 도덕적으로도 타락한 舊주류(Main Stream)를 대체해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新주류가 사회의 주역으로서 국가발전을 이끌 수 있는 결정적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둘째, 남북간의 평화와 화해·협력과 민족 번영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셋째, IMF 위기를 이겨내고 각 부문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제고 및 경제·사회 발전의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민주당을 舊주류의 정치적 본산인 한나라당과 비슷한 부류로 치부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역사왜곡입니다.

한편, 우리 민주당이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첫째, 낡은 권위주의 정치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지도부,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등 지도급 당원들 사이에 극심한 분열상을 보였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방관함으로써 자정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셋째, 민주당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역당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신당은 민주당의 역사적 성과를 계승·발전시키되 그와 동시에 이와 같은 민주당의 오류와 한계를 발전적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른바 리모델링 방식으로는 위에서 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민주당을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참여신당은 민주당을 계승·발전시키는 정당이므로 이른바 진보정당이나 좌파정당이 아닙니다. 당내 일각에서 신당을 까닭 없이 진보정당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오해이거나 '색깔론'을 이용해 신당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당을 만든다고 해서 민주당의 정신이 단절되거나 훼손되는 것은 아닙니다.이 점은 민주당의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은 모두 신당 창당을 통해 태어난 정당입니다. 현재의 새천년민주당도 실은 3년 여 전에 신당으로 창당됐습니다. 이처럼 형식적으로는 여러 신당이 창당돼 왔음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노선은 변함없이 면면히 이어졌습니다. 국민참여신당을 창당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단절되거나 그 정신이 훼손될 리 없는 것입니다.

우리 당 일각에서는 국민참여신당 창당을 호남을 배제하고 영남당을 창당하는 것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터무니없는 왜곡입니다. 저는 지난 4월 18일 목포대학교 강연에서 이순신 장군의「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인용해 호남지역에 대한 저의 기대를 표시한 바 있습니다. 호남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나라를 위난에서 구한 곳이고 현재의 민주화와 개혁을 가능케 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민주당 당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함과 동시에 제가 호남출신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 못지 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를 부당하게 공격해 온다면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차별하고 소외시키려 한다면 단호히 저항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고 더불어 갈 수 있다면 우리가 앞장서서 함께 가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참여신당은 특정지역을 배제하지 않을 뿐더러 특정지역의 패권을 결코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역주의를 넘어서서 국민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려는 정당입니다. 만일 신당이 특정지역을 배제하려 한다면 저부터 그런 정당의 창당을 단호히 반대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국민참여신당에서는 어떠한 기득권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모든 당원이 동일한 조건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직을 맡거나 공직후보자로 공천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국민참여신당은 그 노선과 기본정책에 동의하는 모든 당원과 국민에게 문호가 개방되어 참여의 기회가 보장돼야 합니다.

인위적인 인적 청산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인위적인 인적 청산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신당창당과정에서 인위적인 인적 청산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상향식 공천과 선거를 통해 당원들과 국민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국민참여신당에는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당원과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어 국민적 신망을 받을 수 있고 온건·합리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신진인사들이 대거 참여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인사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주류(New Main Stream)로서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참여신당은 당원과 국민이 주인인 정당입니다. 신당의 노선을 지지하는 각계 각층 남녀노소가 출신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강·정책의 결정과 당직 선출 등 신당의 주요의사결정은 철저하게 상향식으로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직후보자도 국민참여경선에 의해 상향식으로 선출돼야 합니다.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장벽이나 기득권은 폐지돼야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이 나라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국가발전을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지난 두 차례의 대선 승리로 입증된 바와 같이 역사의 대세는 우리 민주당을 비롯한 신주류(New Main Stream)의 편으로 확고하게 기울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주의 등 국민의 정부를 짓눌렀던 어려운 조건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수십 년간 이 나라를 장악해온 구주류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아직 매우 강력합니다.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그들이 조직력과 홍보력을 총력 가동해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우리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해 온 것이 주효한 결과 우리의 업적은 국민들 사이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실정(失政)만이 부각돼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5년간의 경험을 거울삼아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겨내고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과 발전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 출발은 우리 스스로가 낡은 정치행태와 기득권을 포기하고 과감한 자기 개혁을 이루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참여신당의 창당을 필두로 정치개혁에 앞장서야 합니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책정치, 지역과 성(性) 등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온 국민이 하나되도록 하는 국민통합정치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국민참여신당의 창당은 민주당의 성과와 업적을 부인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역사에 대해 커다란 긍지를 가지면서 우리가 초심으로 되돌아가 민주당의 이념과 노선을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신당 창당으로 이루고자 하는 국민통합은 나라발전의 선결조건이기도 하지만, 민주당과 호남 출신 국민들이 성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현재와 같은 지역주의가 유지되는 한 호남 출신들은 소수자로서 언제 다시 영속적인 차별·소외의 굴레에 떨어질지 모릅니다.

민주당 내에는 지역주의를 난공불락의 것으로 여기고 호남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지닌 당원들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야 합니다.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국민의 역량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국민참여신당의 창당은 당내 다툼과 무관합니다. 한국 사회 전체의 신·구주류(메인스트림)의 교체를 겨냥한 것입니다. 민주당을 살리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입니다.

민주당은 한국 개혁세력의 정치적 본산이며 자랑스러운 자기개혁의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민주당의 전통을 이어 국민참여신당으로 탈바꿈해 나아갈 때입니다.

신당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국민들은 낡은 정치와 지역분열을 극복하고 개혁정치와 국민통합을 이룰 정당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감히 국민참여신당을 만들 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고 현실에 안주할 때 승리의 가능성은 사라집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누구를 버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흐름과 함께 하려는 것입니다. 모든 지역의 온건 합리적 개혁세력이 함께 모여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마음을 열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민주적 토론과 절차를 통해 우리 모두가 승리하는 정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역사는 우리의 편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의 믿음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6월 19일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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