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스페셜’ 폐지 공방 2라운드…장PD 대 네티즌

  • 입력 2003년 6월 20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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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폐지 반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의 전 PD가 시청자 게시판(http://www.kbs.co.kr/history/bbs.shtml)에 답글을 포함 120여건의 글을 올리며 적극 해명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KBS ‘일요스페셜’의 장영주 PD가 바로 그 사람. 다소 과격한 언사탓에 네티즌으로부터 KBS ‘알바’(돈을 받고 게시판에 홍보글을 올려주는 사람)로 의심받기도 했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역사스페셜’담당 PD였으며 2000년에는‘ 한국의 폼페이, 풍납토성 지하 4m의 비밀’편을 연출해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돌연한 폐지 논란▽

시청자 사이에서‘역사스페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지난 5월초 해당 프로그램이 "앞으로 1년간 정부기록보존소 기록을 뒤져 새 소재를 발굴하겠다"고 발표해놓고 갑자기 종영결정이 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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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그대신 27일부터 해방이후 노동운동가와 민주화투쟁 희생자 100인을 조명하는 ‘인물 현대사’를 방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갑작스런 변경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정연주 사장의 취임과 함께 이루어져 배경을 둘러싸고 더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장 PD는 “‘역사스페셜’ PD들 사이에서 이미 수년 전 포맷 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가상스튜디오 상의 진행 방식은 리얼리즘 문제도 있고 적용 가능한 역사 소재도 적었다. 억지로 끌고 가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필 정사장 취임 직후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에 대해서도 “전임 박권상 사장이 3대 스페셜(KBS‘역사 스페셜’‘환경 스페셜’‘일요 스페셜’)을 키운다고 공언을 해 당시에는 개편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고 주장했다.

▽소재 고갈 문제▽

한 시청자는 “대한민국의 수천년 역사를 다루며 고작 200회만에 끝낸다는 것은 어이가 없다”며 “만에 하나 제작국의 여건상 힘에 부친다면 전문가와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kowie라는 네티즌은 미방영소재 5년치라며 252건의 소재를 게시판에 적어 놓기도 했다.

장 PD는 한 주제에 대한 제작기간은 2개월 정도로 짧다며 기간 안에 소화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인물 현대사’는 ‘역사스페셜’의 대체?▽

시청자들은 ‘인물 현대사’를 신설하기 위해 굳이 꾸준히 호평을 받아온 ‘역사 스페셜’을 폐지할 필요까지 있는가도 의문스러워 했다.

특히 고교생 네티즌 breeze4는 “현대사도 역사의 한 범위”라며 “시청자들이 굳이 반대하는데 사회자를 바꾸고 프로그램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장 PD는 “엄밀히 말하면 ‘역사스페셜’ 폐지가 아니라 포맷 변경”이라며 “과거에도 KBS 역사 프로그램은 고대사와 현대사가 번갈아 방영됐고 이번 개편도 그런 순환 과정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고대사 부문의 소재가 고갈된 것이 이번 프로그램 개편의 가장 큰 이유" 라며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해 향후 새로운 형식의 고대사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asef2000씨는 “애초부터 ‘인물현대사’가 ‘역사스페셜’의 대체물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대체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나중의 일이며 결정 당시 어떤 입김도 없었다는 주장은 시청자의 교양 수준을 무시한 폭언”이라고 분노했다.

▽문성근 진행자 기용 문제▽

'노사모’의 전 핵심 멤버였던 문성근씨를 새 프로의 진행자로 내세운데 대해 문씨의 정치성향을 문제삼는 네티즌도 있다.

그러나 장 PD는 “PD들이 문씨를 가장 어울리는 진행자라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보수 언론이 엉뚱한 색깔 칠하기로 시청자들의 의혹을 부추겼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에 yoonky64라는 네티즌은 “선비는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않는다”며 “오해를 받을 시간과 장소에서 왜 의심나는 행동을 하느냐”고 답답해 했다.

▽네티즌 논란 계속 분분▽

한편 KBS ‘역사스페셜’ 시청자 게시판에는 “폐지 철회하라”는 탄원성 게시물이 매일 400~500 건씩 올라 오는 등 네티즌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장 PD와 그의 옹호 그룹이 ‘폐지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역색깔론을 씌워 문제를 호도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mutant라는 네티즌은 “역사 스페셜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수구세력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라며 “우리는 특정 신문사 직원도 아니고 그들과 연계한 적도 없는 순수한 애청자인데 왜 그렇게 적개심을 보이는 건지…"라고 한탄했다. 다른 네티즌은 “시청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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