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홀대속에 우승 일군 한남대 축구팀

  • 입력 2003년 6월 19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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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월드컵의 함성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이달 16일 대전에는 한편의 ‘축구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남대 축구부가 제4회 험멜코리아배 전국대학축구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었다.

창단 3년여만의 첫 우승이었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 축구팀이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었다. 대전의 프로축구구단 대전시티즌은 ‘월드컵 8강 진출 1주년 기념행사’를 벌이면서 한남대의 우승을 축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한남대 축구팀의 분위기는 기쁨 보다는 분노가 컸다. 그동안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홀대, 그리고 우승한 이후 학교측이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한남대 축구팀은 2000년 3월 예비후보 한명 없는 11명으로 출발했다. 웬만한 축구팀 인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충원 속도도 매년 5∼6명 뿐이었다.

예산 지원은 무관심 수준이었다고 축구팀원들은 말한다. 연간 훈련비로 1000만원이 지원되었지만 이는 다른 축구팀이 10일 안팎의 전지 훈련에 사용하는 비용에 불과했다. 연간 70여 차례의 원정경기를 치러야 하는 축구팀은 여관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매번 그 지역 고교 축구부에 부탁해 합숙소를 빌어쓰며 눈을 부쳤다. 이부자리까지 빌릴 수 없어 선수마다 침낭을 들고 다녔다.

항상 시외버스를 타고 원정경기를 다녀야 했던 선수들은 “전용버스에다 침낭 한번 실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곤 했다. 중고이기는 하지만 2001년 12월 전용버스의 ‘꿈’은 이뤄졌다. 하지만 이것도 학교측의 지원은 아니었다. 축구팀 박채화 감독의 친구인 이준수 학생처장이 개인 대출을 받고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탠 것. 학교 측이 버스기사 지원 요청을 거부하는 바람에 운전은 경기 구상에 몰두해야 할 박 감독이 맡아야 했다.

드디어 우승. 그러나 승전보가 날아든 지 4일이 넘도록 학교 측의 축하 행사는 학생복지팀 직원들이 열어준 삼겹살 파티가 전부였다. 축구팀 격려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신윤표 총장은 18일 오후 대전시티즌이 열어 준 축하 행사에 참석해 박 감독 등 축구팀에게 머쓱하게 인사를 건넸다.

학교 관계자는 “외부 인사들은 화환을 가지고 학교를 찾았다가 ‘한남대 축구부 우승으로 시내(市內)는 난리인데 학교는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되묻는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한남대 축구팀 우승’이라는 플래카드를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이것을 진심어린 축하로 보는 시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전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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