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경찰, 도사견 방치 연쇄 참사" 노인2명 물려 숨져

  • 입력 2003년 6월 19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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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살인 견(犬)을 방치한 탓에 연쇄 살인이라는 참변이 발생했습니다.”

전남 고흥군의 한 마을에서 2명의 노인이 개에게 물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과 주민들이 경찰의 안이한 수사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흥군 대서면 금마리에서 ‘살인견 공포’가 몰아친 것은 지난달 8일.

이 마을 주민 장모씨(82)가 논에서 개에게 물려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했다.

40여일 뒤인 18일에는 이 마을 주민 박모씨(72·여)가 마을 저수지 인근 개울가에서 농사일을 하다 잡종 도사견 3마리에 물려 숨졌다.

이날 사건은 경찰이 첫 사건 이후 대응만 잘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유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주장이다.

경찰은 장씨가 숨지자 사건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서 장모씨(59)가 기르던 도사견 8마리를 유력한 ‘용의견’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그러나 도사견을 격리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개 주인 장씨에게 다시 맡겼고 장씨가 이들 개들을 방치, 마을을 배회하도록 하도록 한 것이 제2의 피해자를 낳게 한 화근이 됐다.

또 장씨 유족들이 전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수차례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는데도 수사를 40여일이나 질질 끌어온 것도 제2의 참사를 불러온 이유가 됐다.

마을 주민들은 “개들이 피 맛을 알았기 때문에 제2의 피해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경찰의 안이하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고 분노했다.박씨의 유가족인 신모씨(67)도 “마을 주민들이 수차례 개를 도살하도록 경찰에 건의했으나 이를 묵살했다”며 “경찰의 직무유기로 사건이 발생한 만큼 법적인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국과수와 전남대 수의학과 감정결과가 나오는 대로 개 주인을 입건할 방침이었다”며 “개 주인에게 압수물 보관 각서를 받고 감정결과가 나올 때가지 잘 간수해 달라고 개들을 맡겼는데 개 줄이 묶인 상태에서 이들이 탈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두 번째 희생자가 나온 이날 개 주인 장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장씨 소유의 8마리를 모두 도살했다.

고흥=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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