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黨+分黨=新黨?]한나라 일부 "제3의 길 모색"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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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6·26 전당대회 후 탈당 움직임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특히 이들이 탈당 후 개혁세력 결집을 위한 전진기지 구축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론이 장기표류중인 여권의 신당 논의에도 다시 불을 붙일 태세다. 동시에 민주당내 주류 비주류간 갈등은 이제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이 전당대회(26일) 후 탈당 의사를 공식화하자 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움직임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진보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 속으로’ 멤버들 중 과거 민주당 출신인 이부영(李富榮) 김홍신(金洪信) 김부겸 의원과 김영춘(金榮春) 서상섭(徐相燮) 안영근(安泳根) 이우재(李佑宰) 의원 등 개혁파 7인방.

이들은 전당대회 후 신당 추진 세력을 결성하되, 민주당의 친노(親盧) 세력이 모색 중인 신당과는 거리를 두면서 정치권과 재야의 범개혁신당 논의를 주도해 나가는 ‘제3의 길’을 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기류의 물꼬를 튼 김부겸 의원은 19일 “아직 조심스럽지만 큰 흐름을 만들고 싶다. 최종 결심이 서면 구체적인 (신당)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부영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옳지 않다”면서도 “3김 시대가 끝났는데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지역대결 구도를 극복하고 통일의 초석을 만들기 위해 민주화 세력의 단결이 필요하다”며 신당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안영근 의원은 “정책과 이념이 같은 사람들의 정당이 필요하지만 신당을 만들더라도 민주당 주류와 합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김영춘 의원은 “전당 대회 후 당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혁세력의 ‘얼굴’을 자임하고 대표 경선에 나선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명이 나가면 옆이 흔들리고 결국 다 나가게 된다. 몇몇 의원에게 ‘당이 잘못 갈까 걱정한다면 남아서 고칠 생각을 해야지 딴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탈당 논의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민주 신당파 "헤어질때 됐다"▼

‘헤쳐모여 신당’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놓고 지루하게 대치해온 민주당 신당 추진파와 당 사수파가 각각 결별 가능성에 대비한 독자행동에 들어서고 있다.

우선 신당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신당파는 비주류측과의 대화 여지는 남겨두되 다음주부터는 신당추진기구의 독자 가동, 당외 개혁세력 접촉, 사무실 개소 등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주류의 핵심인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비주류측과의 타협 가능성이 낮고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갈라설 수밖에 없다”며 “24일로 예정된 3차 전체 모임을 계기로 신당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며 9월 전까지 최소한 창당준비위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남(辛基南) 의원도 “분당을 막으려고 최대한 인내심을 보여 왔지만 저쪽(비주류측)이 우리에게 나갈 것을 강요하는 등 분당을 작심한 것 같다”며 당 외곽에 신당추진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의 ‘탈당설’도 신당파의 행보에 탄력을 붙게 하는 새 변수다. 신당파측은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과 구체적인 협의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탈당한다면 신당 추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측도 결속을 다지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19일 저녁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다음주부터 전국을 돌며 민주당 사수를 위한 당원 세미나를 개최하고 임시 전당대회 소집 서명을 받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분당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밑 기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당파의 정동영(鄭東泳) 의원은 최근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측근을 만나 “한 전 대표가 신당 대열에 합류하면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이다”며 한 전 대표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분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민주당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주류 비주류 양측을 모두 비판하면서 양보를 촉구했고, 이낙연(李洛淵)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주류 비주류 강경파 인사들은 중재와 타협의 흐름에 함께 몸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개혁국민정당과 각 지역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된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120여명의 후보를 공개했다.

본부측은 당초 총선 출마자 명단에 이철(李哲) 전 의원과 박영호(朴永浩) 민주당 사무처당직자협의회장을 포함시켜 언론에 배포했다가 이들의 항의를 받고 급히 명단에서 빼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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