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DJ정권-현대그룹 유착]국민血稅만 펑펑 쓴셈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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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사실상 2인자였던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DJ정권과 현대그룹의 ‘추한 뒷거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DJ정부 시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현대에 대한 각종 특혜성 지원이 ‘뒷돈 제공’ 등을 포함한 부도덕한 정경유착의 대가였다는 것도 ‘설(說)’을 넘어 ‘사실’로 하나씩 입증되고 있다.

정부가 부실화된 현대에 쏟아 부은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간다. 현대가 DJ정권 실세들에게 몰래 준 ‘뭉칫돈’도 주주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거나 현대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이어서 최종 피해자는 역시 국민이다. ‘잘못된 정경유착의 그늘’은 국민경제에 무거운 짐을 지운 셈이다.

▽상식을 벗어난 특혜=DJ정부 출범 직후 다른 대기업들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힘썼다.

하지만 현대는 달랐다. 정부 지원에 힘 입어 기아자동차, LG반도체, 한남투신을 잇달아 인수했다. ‘나 홀로’ 승승장구하는 현대의 뒤에는 ‘햇볕정책’의 파트너인 DJ정권이 있었다는 소문은 당시에도 파다했다.

하지만 현대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와 수익성을 무시한 대북(對北) 지원은 그룹 부실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자 DJ정부는 대북사업 파트너인 ‘현대 살리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갖가지 특혜가 제공됐다는 설이 많았다.

2000년 12월부터 1년간 시행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보자. 총 3조127억원 가운데 78%인 2조3626억원이 △하이닉스반도체(1조2080억원) △현대상선(6290억원) △현대건설(4936억원) △현대석유화학(320억원) 등 현대 계열사에 지원됐다. 당시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불안을 감안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유착의 반대급부’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정부투자기관인 한국관광공사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보전해주느라 현대아산에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 및 관광경비 등 812억원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세금으로 마련된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됐다.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대북 송금용 4000억원 대출은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총동원된 불법행위였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기업 본연을 잊은 현대=현대는 정부에 갖가지 특혜를 받는 대가로 ‘햇볕정책’의 민간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대북 송금의 창구 역할도 도맡아왔다.

그 자체만으로는 수익성이 없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 하고 있고 개성공단조성, 철도연결사업 등 거의 모든 남북경협사업에 앞장섰다.

특검이 밝힌 박지원씨 수뢰가 사실이라면 현대는 이 과정에서 비자금 등을 빼돌려 거액의 정치자금도 제공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어떤 명분으로도 민간기업이 정권과 유착해 수익성 없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회사를 거덜 내고 국민 세금에 손을 벌린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 98년 11월 18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 분야에만 투자한 자금은 공개된 것만도 시설투자 1억4300만달러, 관광대가 3억8870만달러 등 모두 5억3170만달러.

현재로서는 투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허공에 날아갈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피해는 현대계열사 소액주주나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사실상 ‘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책 금융기관은 물론 현대에 자금을 지원한 다른 금융기관도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을 통해 현대에 우회적으로 들어간 공적자금 투입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부조차도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대북 송금이 이뤄진 2000년 6월 12일부터 올 2월까지 현대상선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 3개사의 소액주주와 채권단이 대략 16조원대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과 감자(減資)로, 채권단은 부채탕감 출자전환 대출금 손실처리 등으로 피해를 보았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현대그룹 유동성위기 이후 국책기관 지원내용(2002년 5~6월, 단위:억원)
기관주요 지원내용지원금액잔액(2002년 6월)
산업은행-회사채신속인수제를 통한 지원2조32634577
수출입은행-현대건설 해외건설 공사보증18466445
남북협력기금-한국관광공사를 통하여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에 대출642642
신용보증기금-회사채신속인수제 관련 프라이머리 CBO/CLO 지급보증95179237
-현대건설 지급보증91077703
한국토지공사-현대건설의 서산농장매각과 관련해 선급금 지급34501410
수출보험공사-하이닉스반도체,현대건설,현대상사 등에 대한 수출보험 부보6조75402조2215
합 계11조53655조2229
자료: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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