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구치소 첫날…수인번호 ‘1617’, 소설 ‘한강’ 들고 가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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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박지원(朴智元·사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19일 오전 6시반 기상 음악을 듣고 독방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전 7시. 박 전 장관은 독방 식탁에서 첫 식사를 했다. 배식메뉴는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1식3찬’(밥에 반찬 세 가지). 밥과 수제비국, 감자조림, 배추김치, 김이 나왔다.

밥은 쌀과 보리를 8 대 2로 섞은 혼식으로 그는 아침밥을 절반도 채 먹지 않았다고 구치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잘 지내라는 뜻에서 아침에 상담을 했으나 특별한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이 수용된 방은 2.17평 크기로 수세식 좌변기와 세면대 TV가 갖춰져 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묵었던’ 사동과 같은 수준. TV는 모든 방에 설치되어 있으며 채널선택권은 없고 구치소측이 지정한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

박 전 장관은 3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방을 혼자 배정받았다. 구치소 규정상 ‘혼거(混居)시 국가기밀 유출이 우려되는 자’에게 독방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방 배정은 ‘장관급 이상’ 등 직급에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 다만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위해 우려가 있을 때 독방을 배정할 수 있다. 구치소측은 그동안 정치적 비중이 있는 인사에게 관행적으로 독방을 배정해 왔다.

박 전 장관은 독방 사용자를 위한 별도의 운동장을 이용할 것으로 보여 일반 재소자와는 접촉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이에 앞서 박 전 장관은 이날 0시50분쯤 구치소에 도착해 야간당직 과장의 안내로 신입교육을 받는 것으로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구치소 직원이 이름, 주민등록번호, 혐의 등을 확인한 뒤 수용자 수칙을 설명했다. 신체검사를 받은 뒤 입고 온 감색 양복을 벗고 ‘자변’이라고 불리는 하늘색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인번호는 ‘1617’. 배정 받은 16상3실로 들어선 박 전 장관은 이틀에 걸친 밤샘 조사에 피로한 듯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시 뒤척이는 모습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전 장관은 구치소에 들어설 때 조정래(趙廷來)의 대하소설 ‘한강’ 전 10권 가운데 3권(7∼9편)을 지참했다. 구치소측은 규정대로 검열을 거친 뒤 책을 지급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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