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 비자금 민주당으로 갔다면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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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 받았다고 하는 비자금 150억원의 행방과 용처가 묘연하다. 정치권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대로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그 돈이 민주당에 흘러들어갔다면 대북 송금 사건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사건의 성격 자체가 정치권 비자금 사건으로 뒤바뀌면서 수사의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렇게 될 경우 당시 민주당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이 겸하고 있었으므로 DJ에 대한 조사불가론이나 면책론은 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민주당 또한 비자금 수수의 ‘공범’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 때의 안기부 예산 총선 유입이나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해 DJ 정권이 야당을 비난한 논리대로 이 사건 역시 ‘국기(國基)를 뒤흔든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앞으로 5일 내에 수사를 종료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팀의 부족한 수사인력으로는 짧은 시간에 복잡한 돈세탁 과정을 거친 막대한 비자금의 행방과 용처 규명이 불가능할 것이므로 수사 기간 연장은 불가피하다. 2차 연장까지 해 특검법에 허용된 기간을 최대한 보장한다 해도 50여일밖에 여유가 없다.

만약 특검팀이 이 기간 내에 비자금의 행방과 용처를 완전히 규명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은 검찰이 맡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작년에도 ‘이용호 게이트’ 특검수사 종료 후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하고 특검팀의 수사자료를 토대로 파생 의혹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조사를 벌여 DJ 차남 홍업씨와 주변사람들의 비리를 파헤친 전례가 있다.

대북 송금 사건 수사유보 결정으로 특검을 자초했던 검찰로서는 특검팀의 성과에 심기가 편치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특검팀과 적극 공조해 수사의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수사를 회피한 불명예를 씻고 재특검의 치욕을 피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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