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사 풀린 경찰 기강, 이래도 되나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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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두 차례나 납치강도 범행을 저지른 사건을 접하면서 과연 누굴 믿고 살 수 있는지 불안한 생각을 하게 된다. 경찰관 수가 10만명에 가깝다 보니 어쩌다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납치강도 같은 중범죄에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다.

선량한 시민이 흉악한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믿고 기댈 수 있는 곳은 경찰밖에 없다. 그런데 범죄를 적발하고 범인을 검거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신분을 이용해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고 하면 앞으로 강력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암담할 뿐이다.

더 한심한 것은 납치강도 범인으로 현직 경찰관을 구속하고서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경찰 조직이다. 시민 앞에 무릎 꿇고 잘못을 빌어야 할 경찰범죄가 발생했는데도 쉬쉬하며 덮으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경찰 조직의 기강 확립과 체질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서울 천호동의 윤락가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윤락가 포주들에게서 거액을 상납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도 경악할 일이다. 이런 경찰관이 존재하는 한 화대갈취 감금 미성년자윤락 등 윤락가의 인권 유린이 뿌리뽑히기 어렵다. 경찰관이 윤락가에 손을 내미는 풍토는 해묵은 고질로 한국 경찰의 수치다. 2002년 전북 군산시 윤락가에서 감금된 채 윤락을 하던 여성 12명이 화재로 숨진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업소와 경찰의 거래가 문제됐고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 등에서 포주들의 상납구조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때뿐, 경찰은 백년하청이다.

일이 터져도 그저 적당히 숨기고 지내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했기 때문에 경찰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며칠 전 경찰 간부 초청 특강에서 경찰이 개혁에 가장 앞장선 조직이라고 평가했는데 과연 그런 칭찬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참여정부는 입만 열면 개혁을 말하는데 경찰이야말로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할 대표적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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