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간연장 20일 신청…박지원씨가 받은 150억사용처 추적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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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19일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 받은 것으로 알려진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150억원)이 박 전 장관의 측근 김영완(金永浣·50)씨와 김씨의 부하직원 임모씨 및 사채업자 1명을 통해 돈세탁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검팀 조사 결과 박 전 장관에게서 돈세탁 부탁을 받은 김씨는 1억원짜리 CD 10장은 직접 수표로 바꾸고 나머지 140장은 올 2월 미국으로 출국한 임씨와 현재 국내에 있는 사채업자 장모씨를 통해 돈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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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임씨와 장씨 등이 김씨에게서 받은 140장의 CD 가운데 50장은 2000년 5월 30일 조모씨의 K증권사 계좌에 입금시킨 뒤 같은 날 D보험사에 팔아 현금화해 S은행 조씨 계좌로 입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CD 50장은 2000년 7월 26일 같은 방식으로 매각해 K은행 황모씨의 계좌로 입금시켰으며 나머지 40장은 장씨가 증권사 등을 거치지 않고 수표 등으로 바꿨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날 장씨를 임의동행 방식으로 소환해 CD 매각 대금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또 CD 매각 대금이 입금된 조씨와 황씨의 계좌에 대해 이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김씨가 1억원짜리 CD 10장을 매각해 받은 수표 중 일부에 배서한 것으로 밝혀진 K사 대표 유모씨를 불러 배서 경위와 돈의 사용처 등을 추궁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돈세탁을 주도한 김씨와 이를 도운 임씨에 대해 20일 입국시 즉시 통보해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박 전 장관에게 돈을 전달하기에 앞서 김재수(金在洙·현대그룹 경영기획팀 사장) 당시 현대건설 부사장에게 150억원 상당의 CD를 구입토록 지시한 뒤 이를 이 전 회장을 통해 박 전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2000년 4월 7일 현대건설 직원 임모씨의 명의로 1개월, 3개월, 6개월 만기의 1억원권 CD 50장씩 모두 150장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1차 수사 기간이 25일로 만료됨에 따라 20일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방침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수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전 장관은 이날 변호인인 김주원(金周元) 변호사를 통해 특검팀에 이 전 회장을 “돈을 주었다고 거짓진술을 했다”며 명예훼손과 공무집행방해, 횡령 등으로 각각 고소 고발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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