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신한지주에 3조 377억 팔려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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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노동조합의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조흥은행 매각이 확정됐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매각 일정이 늦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공적자금 회수액이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9일 밤늦게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李龍得) 금융노조위원장, 이인원(李仁遠)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영휘(崔永輝)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 등과 5자회담을 갖고 막판 대타협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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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예금보험공사의 조흥은행 지분(80.04%)을 3조3700억원에 신한금융지주회사에 파는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앞으로 2년간 발생하는 조흥은행의 부실에 대해 최대 6500억원까지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해 이를 반영한 실제 매각 가격은 2조7200억원으로 낮아졌다.

신한지주가 작년 12월 제시한 가격은 2조9800억원이었으나 노 대통령의 제3자 재실사 제안으로 매각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최대 2600억원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김 부총리와 이인원 사장이 중재자로 나선 가운데 조흥은행 인수자인 최영휘 사장과 조흥은행 노조를 대리한 이용득 위원장, 이남순 위원장은 오후 11시반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만나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조흥은행 노조는 전산망 가동 중단 등 강경 투쟁 방침을 20일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흥은행 노조의 이틀째 파업으로 고객들이 다투어 예금을 인출하면서 조흥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날 금융감독원과 조흥은행에 따르면 조흥은행의 예금이 18일 하루에만 1조5978억원(원화 저축성예금 기준)이 빠져나갔다.

특히 기업의 뭉칫돈이 주로 거래되는 종금부문 인출액은 이날 2조원이나 돼 총인출액은 3조5978억원에 달했다.

따라서 최근 사흘간 조흥은행에서 빠져나간 예수금은 4조9896억원이며 19일 인출금액까지 더하면 총인출예수금은 전체 원화 예수금 50조5000억원의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조흥은행은 자금부족 누계액이 18일에 1조8000억원으로 집계된 데 이어 19일엔 2조5000억원, 20일까지는 4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20일 이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조흥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2조원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지원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조흥은행 예금을 다른 은행 지점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도록 예금 대지급(代支給)을 앞당겨 실시키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조흥은행이 자기 능력으로 예금지급을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조흥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조흥은행 임직원의 업무중지와 해임 등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진다.

한편 조흥은행은 19일 오후 현재 전국 476개 점포 가운데 179개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노조측은 전국적으로 70개 거점 점포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위기▲

은행이 자금부족으로 돈을 내주지 못해 고객의 자금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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